미르·K스포츠 재단 모금 사건… “정경유착 고리 끊어야”
미르·K스포츠 재단 모금 사건… “정경유착 고리 끊어야”
  • 이선진 기자
  • 승인 2016.11.03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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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기업, 인식 변화 및 지배구조·각종 제도 개선 등 필요

‘최순실 사태’로 불거진 미르·K스포츠 재단 모금 사건을 계기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정경유착의 악습이 대한민국에서는 수십년 째 이어져 오고 있다. 정권은 각종 명분을 내세워 기업들로부터 자금을 걷고, 기업은 그 대가로 이권이나 특혜를 챙긴다.

정권의 관심 사업에 기업 기부나 출연을 강제한 사례는 과거에도 많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83년 아웅산 폭탄테러 유족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설립한 일해재단이 대표적이다. 이 재단은 3년간 대기업들로부터 598억 원을 걷었다.

그러나 1988년 5공 비리 청문회에서 정권 실세가 재단 출연을 강제했다는 기업인들의 증언이 이어졌고, 재단의 실제 목적이 전 전 대통령의 퇴임 이후를 보장하기 위해서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각종 사업에 대기업 기부와 출연이 이어졌다.

특히 수면위로 떠오른 것이 미르·K스포츠 재단 모금 사건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19개 그룹의 53개 기업이 참여해 두 재단에 774억원을 낸 것으로 그룹 당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200억 원이 넘는 돈이 순식간에 걷혔다.

이는 권력의 힘이 작용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최순실 사태’를 계기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낼 강력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03년부터 이듬해 봄까지 이어진 대검 중수부의 불법대선자금 수사를 거쳐 2004년 정치자금법이 개정되자 과거 선거 때나 정권 출범에 맞춰 기업들을 상대로 노골적으로 강제 모금을 하던 관행은 사라졌다.

하지만 이후에도 기업들로부터 기부금 등의 명목으로 합법적으로 돈을 걷거나 자발성으로 포장한, 변형된 형태의 정치 모금이 또 다른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치자금법 개정에 버금가는 제도적인 방지책도입이 뒷받침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기업을 대하는 정부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에 집중된 권한을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 현재로써는 정부가 가진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 권력’이나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 때문에 기업들이 정부의 요구를 무조건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전문가 역시 정부가 가진 규제 등의 권한이 많으므로 기업들은 정부에 잘못 찍히면 손해가 크다고 생각해 정부가 요구하면 계속 돈을 낼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형평성에 안 맞는데도 대통령이 대기업을 사면하는 관행도 없어져야 한다”면서 “재벌들은 내부 거버넌스 문제나 불법 상속 등 약점이 있어서 정부에 끌려 다니게 되는데 차제에 이런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전문가는 기업 쪽에서도 지배구조 개선과 의사결정 투명화 등의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그는 “미르·K스포츠 재단에 돈을 낸 53개 기업 중 이사회 의결이나 투명경영위 등 하부위원회에 보고과정을 거친 곳은 4개뿐이다. 이는 바로 우리나라 기업의 지배구조가 아직 얼마나 후진적인지 잘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해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의 강제 모금과 같은 위험요소를 관리할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정경유착 문제를 해결할 가장 실효성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정권의 강제 모금에는 협조하지 않겠다는 기업들의 선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더불어 ‘정권의 모금 창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는 전경련의 존폐 문제도 이번 일을 계기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계속 나오고 있다.

[신아일보] 이선진 기자 sj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