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거국내각 안되면 책임총리제라도 해야
[사설] 거국내각 안되면 책임총리제라도 해야
  • 신아일보
  • 승인 2016.11.0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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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반대하면 난국 원만하게 풀수 없고
불협화음 있더라도 국정중단은 막아야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빚어진 국정 중단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지율 하락으로 국정추진 동력을 잃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나라가 선장 없는 배가 된 셈이다.

북핵 제재, 사드배치, 해운조선업 구조조정 등 산적한 난제가 추진할 주체가 힘을 잃는 바람에 표류 우려마저 걱정하게 됐다. 각종 사안들이 우리를 위해 기다려 주지 않고 있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한시가 급한 것들이다.

최순실 사건이 터지면서 국정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증폭돼가는 시점에서 민주당이 거국내각을 제의, 수습하자고 제안했다.

여당으로서는 받기 어려운 제안임을 모를 리 없는 야당이 거국내각을 들고 나와 일부에서는 실현이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이었다.

당시 새누리당은 책임총리제로 체제를 전환 대통령은 국방과 외교를 내치는 총리에 맡기는 방안을 내놨다. 대통령 하야와 같은 최악의 사태는 막아야 된다는 논리였다.

책임총리제로 할 경우 거국내각보다 절차도 단순해 빠른 시일내 시행할 수가 있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야당의 요구가 워낙 거세고 세 또한 큰데다 성난 바닥인심을 달래려면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길 밖에 없다고 판단, 거국중립내각을 수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새누리당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거국내각 참여 조건을 붙여 사실상 반대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엊그제 거국내각 구성에 대해 별도의 특별법에 의한 특검 도입과 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세월호 특별법 합의를 새로운 전제 조건으로 들고 나왔다.

그는 새누리당이 특검 논의를 수용했을 때도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사퇴 등을 선결 조건으로 내건 바 있다.

그제 거국내각을 거부하면서 “오물 같은 데다가 다시 집을 짓겠다는 말인가”라고 했고, 어제는 “박 대통령이 국권과 국헌을 사교(邪敎)에 봉헌했다”며 ’청와대는 국권을 파괴시킨 아지트의 범죄자 집단’,  ‘검찰은 사이비 교주에게 요설의 자유를 줬다’는 등의 막말까지 퍼부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31일 정치권의 거국내각 논의와 관련해 “대통령이 국정에서 손을 떼는 수순이 해법”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역시 의원총회를 열고 “박 대통령은 더 이상 정상적인 국정 운영을 할 수 있는 자격도 능력도 없다”고 의견을 모으면서 문 전 대표의 주장에 동조했다. 결국 민주당은 공식적으로 ‘하야(下野)’라는 말은 거론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하야를 요구한 셈이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새누리당이 거국중립내각의 총리를 추천했다는 보도를 보면서 분노를 느낀다”며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석고대죄하면서 자숙해야 마땅하다”고 했다. 이는 ‘새누리당의 대국민 석고대죄’를 주장해온 민주당 지도부와 뜻을 같이한 것이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거국내각 참여조건으로 내걸은 사안들은 새누리당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들이다. 새누리당의 석고대죄론 까지 들고 나와서는 합의를 위한 제안이라고 보기 어렵다.

거국내각의 필요성은 헌정중단만큼은 막아야겠다는 데서 제안한 것이고 여당도 백기를 든 것이나 마찬가지인 제안을 수용하기로 한 것은 중대 결단인데 이를 뒤집는 것으로 봐서는 거국내각 구성은 어렵게 됐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차선책이고 국민의 당과 여권에서 검토했던 책임총리제를 도입해서라도 국정공백을 막아야 한다.

정국을 혼미하게 이끌어 차기 대선에서의 우리한 고지를 점령하겠다는 당략이 앞서는 한 최순실 사태의 원만한 정국해법은 요원하다.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새누리당이 중심이 돼 불협화음이 나더라도 국정을 이끌어가는 것 밖에 달리 해법이 안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