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연설문 유출 논란’ 최순실, 검찰 처벌될까?
‘대통령 연설문 유출 논란’ 최순실, 검찰 처벌될까?
  • 조재형 기자
  • 승인 2016.10.25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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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도 대통령기록물” vs “수정 단계 미완성 자료”
▲ 최씨의 사무실에 있던 PC에 저장된 파일들을 공개한 방송 화면.(사진=JTBC 방송화면 캡처)

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각종 연설문을 사전에 열람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청와대 기밀 유출·누설 논란이 일고 있다.

JTBC는 24일 최씨가 쓰던 사무실을 비우면서 건물 관리인에게 처분해달라며 두고 간 컴퓨터에서 44개의 박 대통령 연설문을 포함해 200여개의 파일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파일이 열린 시점은 박 대통령이 발언하기 전이었다며 최씨가 사전에 이를 받아보고 수정한 게 아닌지 의심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이 수사를 통해 이를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나뉜다.

주요 쟁점은 유출됐다는 연설문이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는지, 해당 내용이 공무상 비밀·기밀인지, 처벌 법령이 존재하는지 등이다.

2007년 제정된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은 대통령기록물을 ‘대통령(대통령 권한 대행 및 당선인 포함)의 직무 수행과 관련해 대통령 본인이나 보좌·자문·경호기관이 생산·접수·보유하는 기록물 및 물품’으로 규정한다.

이를 무단으로 유출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법조문 해석상 연설문도 대통령기록물로 볼 수 있다. 연설문은 대통령 당사자 또는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 등 보좌진이 대통령 직무 수행과 관련해 작성한 것이기 때문이다.

해당 연설문엔 청와대 비서진 교체 등 민감한 내용이 담긴 ‘국무회의 말씀 자료’ 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법조계 일각에선 대통령 말씀 자료나 연설문이 최종적으로 국민에게 공개되는 자료라고 하더라도 발언 이전에 이를 외부로 유출하거나 그 내용을 누설했다면 처벌된다는 의견도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대통령 연설문 내용이 기밀인지 여부를 떠나 대통령 직무와 관련된 문서를 의도적으로 외부로 유출한 행위 자체에 방점을 두고 처벌 여부를 따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직무상 비밀의 개념과 관련해선 판례의 입장은 ‘반드시 법령에 의해 비밀로 규정됐거나 비밀로 분류·명시된 사항에 한하지 않고 정치·군사·외교·경제·사회적 필요에 따라 비밀로 된 사항은 물론, 정부나 공무소 또는 국민이 객관적·일반적인 입장에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도 포함하는 것'이라고 본다.

또 ‘실질적으로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며 비밀 누설을 처벌하는 조항은 기밀 그 자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의 비밀엄수 의무 침해에 의해 위험하게 되는 이익(즉 비밀 누설에 의해 위협받는 국가의 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검찰이 수사에 들어가더라도 재판에 넘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법원은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여부에 대해 그동안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왔다.

대표적인 예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를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이나 ‘정윤회 문건 유출’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을 들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관련 자료가 대통령의 수정 지시가 내려진 초본에 불과해 ‘생산이 완료된 문서’가 아니라는 이유로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에선 대통령기록물이 문서의 원본이어야 한다는 기준을 추가했다. 법조문 해석의 지나친 확장 또는 유추 해석은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씨에게 넘어간 연설문이 수정 단계에 있거나 원본 파일이 아니라면 법적 처벌 여부가 쉽게 판단되지 않을 수 있다.

한편 검찰이 최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태블릿PC를 확보해 대통령 연설문 등 관련 파일을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검찰은 ‘미르재단 수사의 참고일 뿐’이라며 선을 그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신아일보] 조재형 기자 grind@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