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소상공인 기금 400억원 출연 재개될 듯
네이버, 소상공인 기금 400억원 출연 재개될 듯
  • 김가애·이선진 기자
  • 승인 2016.10.24 13: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래부 시정 명령 조처 마무리… 네이버 “정부절차 마치면 집행”

네이버가 중소상공인을 위해 기부하기로 했던 400억원 기금이 조만간 출연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기금은 돈 관리를 맡은 ‘중소상공인희망재단(이하 희망재단)’이 비리 의혹에 휘말리면서 애초 예정된 500억원 가운데 5분의 1만 출연됐고 나머지 금액은 집행이 무기한 중단됐다.

24일 정부와 국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번 달 내로 희망재단 비리를 청산하는 시정 명령 조처를 끝내고 네이버에 기금 출연 재개를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희망재단은 부정사용 기금의 환수·책임자 징계 등 시정 명령을 모두 이행했다고 이번 달 초 미래부에 보고했다.

현재 외부 회계법인 출신인 재단 감사가 이행 현황을 최종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부 관계자는 “시정 명령의 이행 사실은 문서로는 다 확인했다. 감사 검토 단계에서 큰 문제가 나올 공산은 작다”고 말했다.

다만 미래부는 기금 출연 재개에 관한 검토가 얼마나 오래 걸릴지를 놓고 “각계 의견을 충실히 듣겠다”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올해 미래부 국정감사에서 네이버 기금의 빠른 정상화를 주문하는 의원 지적이 많았던 만큼, 정계에선 출연 재개 검토에 긴 시간이 소요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네이버는 “미래부의 출연 요청이 오는 대로 희망재단에 대해 나머지 400억원 지급을 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4년 3월 설립된 희망재단은 네이버가 검색광고 등의 불공정행위와 관련해 당국 제재를 안 받는 조건으로 약속했던 공익 기금 500억원을 운용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주요 사업으로는 소상공인을 위한 모바일 마케팅·국외 진출 교육과 ‘골목상권’ 실태 조사 등이 계획됐다.

희망재단은 네이버가 첫 100억원 출연을 마친 지난해 가을 비리 의혹에 휘말렸다. 재단 임직원에게 보수·수당을 과잉 지급하고 기금 일부를 타 단체에 무단 대여하는 등 문제가 드러났다. 미래부는 작년 12월 네이버에 ‘재단에 추가 출연을 중단하라’고 요청했다.

네이버는 정상화를 앞둔 이 재단의 이사진 13명 중 4명에 대해 추천권을 갖고 있다. 올해 8월에는 김상헌 네이버 대표가 사측 이사 4명 중 하나로 취임해 논란이 됐다.

출연 기업 수장으로서 비리 문제에 시달린 재단을 직접 챙긴다는 취지였지만, ‘너무 간섭이 심하다’는 지적이 소상공인들 사이에서 나온 것이다. 네이버 고위 관계자 중에서는 이미 윤영찬 부사장이 재단 이사직을 맡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소상공인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금 출연 기업이라지만 대표이사·부사장이 나란히 재단 이사로 관여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재단 자율성을 해치고 네이버 이익에 맞게 운영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올해 8월 말 희망재단 이사회에서 이사로 취임했지만, 미래부에 취임 허가를 신청하는 최종 법적 절차는 계속 미루다가 지난 18일 사퇴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김 대표가 맡았던 이사직은 애초 다른 인사가 중도 사퇴했던 자리로 잔여 임기가 수개월에 불과했다”며 “재단 출범에 참여한 당사자로서 재단의 표류가 안타까워 ‘유종의 미’를 거두려고 했던 것인데 여러 우려와 불필요한 오해가 있어 사임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희망재단은 당분간 네이버 측 이사 3명을 포함한 이사진 12명으로 운영된다. 이 가운데 이사장은 비(非)네이버 인사인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이 역임하고 있다.

[신아일보] 김가애·이선진 기자 gakim@shinailbo.co.kr, sj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