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기조에도 저축하고 또 저축하는 기업들
저금리 기조에도 저축하고 또 저축하는 기업들
  • 김흥수 기자
  • 승인 2016.10.23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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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예금 8개월새 9조 늘어… 가계 예금은 '주춤'

저금리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지만 기업들의 자금은 여전히 은행으로 향하고 있다. 반면 가계의 저축 속도는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3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지난 8월 말 현재 은행의 예금 잔액 1207조7393억원 가운데 금융기관이 아닌 기업이 맡긴 돈은 357조2485억원이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8개월 사이 9조1931억원(2.6%) 늘었다.

기업의 은행예금은 지난해 26조7894억원 늘면서 연간 증가액이 2011년(28조1505억원) 이후 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업의 저축이 크게 늘어나 것은 불안정한 경제상황 속 소비보다 불확실성에 대비하려는 심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경제주체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안전한 은행으로 몰리는 셈이다.

과거에도 우리나라 총 예금잔액은 경제가 불안정한 위기 상황에 더욱 크게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지난 2001년 경기침체 당시 예금 증가율이 전년동기 대비 12.5%로 뛰어올랐고 이듬해에도 12.5%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직후인 2008년에도 예금잔액은 13.8% 늘었고, 이후 2009년과 2010년에도 각각 11.3%, 16.3%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시중통화량(M2) 2380조8620억원(원계열 기준) 가운데 기업이 보유한 금액은 630조7303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40조549억원(6.8%) 급증했다.

M2는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2년 미만 정기예·적금 등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으로 구성된다.

반면 가계의 은행예금 증가세는 크게 둔화했다. 올해 1∼8월 기업의 은행예금 증가액은 가계보다 7941억 원 많다.

지난 8월 말 가계의 은행예금 잔액은 567조5986억 원으로 작년 말보다 8조3990억 원(1.5%) 늘어나는 데 그쳤다. 특히 7월부터 두달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이런 추세라면 연간 증가액이 작년(28조6598억 원)의 절반을 밑돌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는 한은의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인 연 1.25%로 떨어지면서 가계가 조금이라도 이자를 더 받을 수 있는 제2금융권을 많이 찾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예금 이자가 은행보다 높은 제2금융권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아무래도 기업보다 가계가 금리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김흥수 기자 saxofon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