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 못 팔던 허니버터칩의 몰락
없어서 못 팔던 허니버터칩의 몰락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6.10.23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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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증설 이후 판매 반 토막 위기
'증설의 저주' 꼬꼬면 전철 되밟나
▲ 니버터칩의 인기가 급속히 사그라지면서 예상 매출이 반 토막 날 위기에 놓였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허니버터칩.ⓒ연합뉴스

품귀 현상을 빚으며 사회현상으로까지 떠올랐던 해테제과의 '허니버터칩'이 공장 증설 이후 판매량이 목표의 절반에도 못 미치며 고전하고 있다.

조용히 자취를 감춘 꼬꼬면이나 과일 소주 등과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는데, 모두 생산 공장을 늘린 뒤 내리막길을 걸어 '증설의 저주'라는 말까지 회자하고 있다.

2014년 8월 출시한 해태 허니버터칩은 한때 생산량이 판매량을 따라가지 못해 온라인상에서 한봉지당 본래 가격에 몇배, 몇십배까지 뛴 가격에 거래되는 등 그야말로 없어서 못 팔던 과자였다.

허니버터칩의 유행과 함께 식품업계에는 '허니버터맛'이 새롭게 떠오를 정도였다.

이에 해태제과는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에 허니버터칩 제2공장을 준공하고 허니버터칩의 생산량 증대와 두 배로 늘어난 매출을 자신했다.

해태 측은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품귀 현상이 여전한 허니버터칩 공급에 숨통이 트였다"며 "풀 가동되면 허니버터칩 공급량은 1일 1만5000 박스에서 3만 박스로, 월 생산량도 75억원에서 150억원으로 두 배가 된다"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공장 증설로 단숨에 연 매출 2000억원에 육박하는 초대형 브랜드로 올라설 것"이라며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허니버터칩의 최근 월매출은 소비자가 기준으로 80억원가량이다. 2공장 증설 전 월 매출액 75억원 대비 10%도 늘어나지 못한 수치다.

연매출 역시 애초 기대했던 금액의 절반인 연간 1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가장 많이 팔리던 지난해 6월과 비교해 허니버터칩의 매출은 40% 넘게 떨어졌다.

현재 수준의 수요가 유지된다고 최대한 긍정적으로 가정해도, 내년 전체 허니버터칩 매출은 960억원(80억×12개월)에 그칠 전망이다.

허니버터칩의 현실은 앞서 흰 라면 돌풍을 일으킨 꼬꼬면과 상황이 비슷하다.

2011년 8월 출시됐던 꼬꼬면은 출시된 해에만 8000만 개 이상 팔리며 한때 라면 시장 점유율 20%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500억 원을 투자한 공장 증설 이후 판매량이 급감해 팔도에 큰 손실을 안겼다.

진한 맛을 내세워 인기를 끌었던 클라우드나, 여성 소비자를 노린 과일맛 소주도 공장을 추가로 지은 뒤 악재가 계속되고 있다.

롯데칠성은 기존 맥주와 차별화되는 깊고 풍부한 맛을 내세운 클라우드가 출시 9개월 만에 1억 병 판매를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끌자 10만㎘이던 충주공장의 생산능력을 30만㎘까지 확대하기로 하고 증설에 돌입, 올 연말 완공할 예정이다.

그러나 최근 청탁금지법 시행과 혼술 문화 확산 등으로 국내 맥주 소비는 줄어드는 대신 수입 맥주 소비는 증가하면서 롯데칠성을 포함한 국내 맥주업체들의 실적 전망이 어두운 상황이다.

업계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유행 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크게 줄었을 뿐만 아니라 각 제조사들이 최근 짧아지는 유행 주기와 함께 점점 빨라지고 있는 식품업계 트렌드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의 입맛 변화가 더 빨라지고 있는 만큼, 다품종 소량 생산 등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식품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2030세대의 경우 SNS를 통한 소통이 활발하면서 간접적인 이미지 소비가 빠르게 일어난다"면서 "제품이 PLC(제품라이프사이클) 성장기에 올랐을 때는 지속적인 투자와 개선을 통해 리뉴얼 제품을 잇따라 선보여야 생명력이 길어지는데 미투(me too) 상품들만 앞다투어 나온 것이 오랜만에 찾아온 성장세를 끌어내렸다"고 지적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도 "미투 제품이 너무 많이 나와서 물타기가 돼버렸다"며 "장르 자체는 트렌드로 굳혀졌지만 특정 브랜드나 특정 회사는 일시적인 유행으로 날아가 버렸다"고 말했다.

한편 허니버터칩 수요가 생각보다 늘지 않자 현재 해태제과는 허니버터칩 증산 목적으로 지은 문막 제2공장의 잉여 설비를 통해 '생생칩' 등 다른 감자 스낵 제품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태 관계자는 "허니버터칩이 그래도 꾸준히 팔리고 있다"며 "올해 예상 매출 1400억원에는 미치지 못해도 1000억원(소비자 가격 기준)은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