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거부로 두살배기 사망' 전북대·전남대병원 중징계
'치료거부로 두살배기 사망' 전북대·전남대병원 중징계
  • 문경림 기자
  • 승인 2016.10.2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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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 권역응급센터, 전남대 권역외상센터 지정취소
응급의료 수가·보조금 중단… 을지대병원은 유예조치

후진하던 견인차에 치인 두 살 배기 아동이 제대로 수술 받지 못해 숨진 사건과 관련, 아이가 처음 이송된 전북대병원과 아이를 받기를 거부한 전남대병원에 중징계가 내려졌다.

보건복지부는 20일 중앙응급의료위원회를 열고 교통사고를 당해 숨진 고(故) 김민건 군이 정부 지정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전북대병원으로 이송됐음에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책임을 물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북대병원은 권역응급센터, 전남대병원은 권역외상센터 지정이 취소된다. 전북대병원과 전남대병원은 앞으로 6개월 동안 인력 보강 등의 개선 상황을 평가한 뒤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전남대병원과 마찬가지로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돼 있으나 이송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조사된 을지대병원은 '권역 외상센터' 지정을 일단 유지한 채 6개월 후 지정취소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응급의료위원회 조사 결과 김군은 지난달 3일 오후 5시께 사고를 당했고 오후 5시 48분 119 구급대를 통해 전북대병원에 도착했다.

당시 전북대병원은 정형외과 전문의를 호출하지 않았고, 직접 대면 진료도 시행하지 않았다. 또 영상의학과와 협진하지 않아 환자가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지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

김군은 골반이 심각하게 골절된 상황이었는데도 병원 측은 당시 환자 상태를 안정적으로 파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북대병원은 환자 도착 22분 만에 전원을 결정하고 다른 병원에서 수술이 가능한지 알아보는 전화통화를 시작했다.

이 병원은 당시 다른 수술이 진행된다는 점을 전원 결정의 이유로 들었으나 해당 수술은 신장이식수술과 유방암에 따른 유방 절제 수술 등으로 시급을 다투는 응급 수술은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현장에는 응급센터장이 있었는데도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찾아보는 전화통화는 전공의(레지던트)가 맡았다. 전공의의 전문성이 부족한 것도 이 과정이 지체된 원인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전북대병원은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을 취소당하고 과태료 200만원, 과징금 322만원 처분을 받았다. 또 응급의료 관리료(1인당 5만8000원)를 받지 못한다.

매년 연말에 권역응급센터를 평가해서 한 곳당 2억~3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이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개소한 권역외상센터 중 전원을 의뢰받은 전남대병원은 지정취소, 을지대병원은 처분 유예 결정을 받았다.

전남대병원은 김 군의 골반골절 등의 상태를 전북대병원으로부터 비교적 상세하게 전달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중증외상환자로 판단하지 않은 게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을지대병원은 전남대병원에 비해 환자의 상태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고 응급수술이 진행됐던 당시 병원 여건을 고려해 지정 취소를 유예했다.

다만 소아 골반골절 환자는 중증외상환자로 의심해 보다 능동적으로 판단해 환자를 진료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고 자체 개선 노력을 평가해 6개월 이후 지정 취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전원요청을 수용하지 않은 권역외상센터 2곳 외에 나머지 병원 12곳 중 7개 의료기관(순천향대서울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충남대병원, 고려대 안산병원, 성빈센트병원, 강동경희대병원, 건국대병원)은 통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거나 도중에 통화가 끊기는 등 제대로 된 연락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징계 대상에서 제외됐다.

복지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각 병원의 전원 핫라인 직통번호를 응급의료정보망에 공지하고 모든 응급의료기관에 게시하도록 했다.

또 권역 간 전원은 원칙적으로 전원조정센터에 의뢰하도록 하고, 권역 내 조정은 지역 내 네트워크를 활용하거나 필요한 경우 전원조정센터에서 조정하기로 했다.

중증응급환자 원거리 이송이 필요할 경우에는 중앙응급의료센터 전원조정센터에서 119와 닥터헬기 등 헬기이송을 조정하도록 조치했다.

권준욱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이번 사건은 의료기관의 진료 문화와 비상진료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 매우 안타까운 사건"이라며 "앞으로 응급의학회·외상학회 등 관련 학회와 공동으로 사례조사보고서를 만들고 응급환자 전원시스템 등 문제점을 진단해 세부 대책을 마련하고 연내 중앙응급의료위원회에서 시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경림 기자 rg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