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집은 많은데 '살 곳'이 없네
[기자수첩] 집은 많은데 '살 곳'이 없네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6.10.2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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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집은 언제부터인가 '사는 곳'이 아니라 '사는 것'이 돼버렸다.

누군가는 평생을 자기 살 집 하나 구하기 위해 아등바등인데, 또 다른 누구는 몇 채의 집으로도 부족해 주택 쇼핑을 즐긴다.

시장논리 속에서 삶의 기본 요소가 돼야 할 집이 오히려 많은 이들의 삶을 고달프게 하고 있다.

6년 전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을 구하던 기자는 서울의 부동산 수십 곳을 찾아 헤맸다. 그나마도 가격이 저렴한 지역을 위주로 알아봤지만, 그 마저도 젊은 예비부부에게는 범접하기 힘든 상대들이었다.

결국 서울에서 밀려나 인천에 둥지를 틀었고, 맞벌이 신혼부부는 1시간 30분에 이르는 출퇴근 시간을 감당해야 했다. 살 곳을 구하는 과정에선 결혼을 결정한 것에 대한 후회 마저 밀려왔다.

이제 적응이 될 때도 됐것만 최근의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듣고 또 들어도 도무지 실감이 안된다. 대전에 소재한 비슷한 연식의 아파트 15채 이상을 살 수 있는 가격은 아무리 서울이고 강남이라지만 이해하기 쉽지 않다.

그런가 하면 지방 곳곳에서는 미분양 주택이 쌓여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서민들에게 집을 얻는 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수요와 공급의 가격·지역적 퍼즐이 제대로 맞춰지지 않았다는 것의 방증이다.

이처럼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혼란 그 자체다. 집값은 주식 가격처럼 요동치고, 빈 집은 남아 도는데 정작 살 곳은 없다.

경기 활성화의 수단으로 부동산을 적극 활용해 온 현 정부의 '저금리·쉬운 대출·쉬운 청약·쉬운 분양권 전매' 정책이 수 많은 투기세력을 시장으로 끌어들이면서 실수요자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나를 따르라"며 무턱대고 깃발을 꽂은 정부는 지금 "여기가 아닌가 보다"란 말을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

기습적인 보금자리론 요건 개편과 불확실한 입장 발표로 인해 시장의 추측만 난무하는 상황이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목표 지점을 찾아가야 한다. 실수요자에 초점을 맞춘 명확한 정책 추진이 필요한 시점이다. 투기장으로 변질된 시장으로는 국민의 주(宙)권을 보장할 수 없다.

[신아일보] 천동환 기자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