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만에 ‘역성장’… 위기 맞은 현대차
18년 만에 ‘역성장’… 위기 맞은 현대차
  • 박정식 기자
  • 승인 2016.10.13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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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실적 2010년 이후 최악 전망… 영업이익률 5년새 반토막
제네시스·신형 그랜저 등 고급차 앞세워 위기 탈출 위한 ‘총력전’

현대기아자동차가 해외 신흥시장의 장기침체 등과 국내 판매실적 악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판매량은 1998년 이후 18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영업이익률도 5년 새 반 토막이 났다.

1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오는 26일께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할 계획이다.

업계는 현대차가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이 의무화된 2010년 이후 가장 저조한 실적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HMC투자증권은 지난 11일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25.3% 줄어든 1조1232억원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의 분기별 영업이익은 2012년 2분기에 2조5372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글로벌 판매 목표 달성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 1월 현대기아차의 연간 판매 목표를 전년도 목표였던 820만대보다 7만대 낮춰 잡은 813만대로 설정했다.

그러나 이 마저도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들어 9월까지 국내외에서 562만1910대(현대 347만9326대, 기아 214만2584대)를 판매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8% 줄어든 수치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지난해 판매실적인 801만5745대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기아차의 판매 감소는 IMF 금융위기 때인 1998년 이후 처음으로 18년 만에 역성장을 기록하게 된다.

 현대기아차는 1999년에 200만대 판매 고지를 처음 밟은 뒤 2010년 574만대, 2011년 660만대, 2012년 712만대, 2013년 754만대, 2014년 800만대의 판매실적으로 올리며 상승세를 타 왔다.

지난해의 경우 비록 연초에 내건 목표치인 820만대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전년 대비 1만여대 더 늘어난 801만5745대를 판매했다.

현대기아차의 위기는 국내외의 복합적인 원인이 상승 작용을 일으켜 발생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해외의 경우 러시아·브라질 등 석유자원에 의존하는 신흥시장의 침체가 이어지고 있고,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는 일본 자동차업계가 엔저를 기반으로 공세를 펼치고 있다. 또 중국에서는 현지의 토종 업체들이 가격경쟁력을 토대로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에서는 하반기 들어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종료되면서 내수 판매가 줄어들었다. 또 업친 데 덮친 격으로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까지 위기 심화를 불러왔다.

현대차는 그간 반복돼온 노조의 파업으로 이미 3조원에 달하는 생산차질을 빚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 파업과 노사 협상 과정에서 수치화하기 힘들 정도의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라며 "브랜드 경쟁력 약화 및 신인도 하락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수익성 악화도 큰 문제로 떠올랐다.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2011년 10.3%에서 2012년 10.0%, 2013년 9.5%, 2014년 8.5%, 2015년 6.9%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 6.6%를 나타내 5년 연속 하락했다.

기아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기아차의 영업이익률도 2011년 8.1%에서 올해 5.2%로 급락했다.

현대기아차의 수익성 악화는 신흥국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글로벌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와 신형 그랜저 등 고급차를 앞세워 위기 탈출을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플래그십(기함) 모델인 EQ900(해외명 G90)은 올해 1∼9월 국내 시장에서 2만400대가 판매됐다. 이에 따라 종전 수입차에 내줬던 대형 세단 시장을 상당 부분 되찾아왔다는 평가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출시돼 이번 달부터 본격 판매되고 있다.

G80도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국내 시장에서 1만1483대가 팔리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G80은 지난 8월 미국 시장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판매에 들어갔다.

현대차는 2011년 HG 모델 이후 5년 만에 6세대 그랜저(프로젝트명 IG)를 4분기 중에 선보인다. 현대차는 신형 그랜저의 기존 모델이 준대형 시장의 ‘절대강자’로 군림해왔다는 점에서 6세대 그랜저가 위기 탈출에 한 몫 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18년 만의 첫 판매량 감소와 영업이익률 하락 등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지만 고급차 중심의 판로 개척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급차는 중소형차에 비해 수익성이 훨씬 높아 고급차의 판매 비중 확대는 영업이익률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차 노사는 12일 밤 올해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7만2천원 인상(기존 개인연금 1만원 기본급 전환 포함), 성과급 및 격려금 350% + 330만원, 전통시장 상품권 50만원, 주식 10주 지급 등에 2차 잠정합의했다. 노조는 14일 합의안을 받아들일지 전체 조합원 찬반투표를 한다. 1차 잠정합의안이 78.05%로 부결된 데 이어 2차 합의안 마저 부결되면 향후 교섭과 노사관계는 안갯속에 빠지게 된다.

[신아일보] 박정식 기자 jspark@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