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내년 상반기 돼야 추가 인하 전망"
한국은행이 결국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한국은행은 13일 오전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하기로 했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지난 6월 0.25%포인트 내린 이후 4개월째 동결됐다.
기준금리 동결 배경에는 가계대출이 9월 한 달 동안 은행에서만 6조1000억원 넘게 늘어나는 등 급증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점이 첫 번째로 꼽힌다.
정부의 잇따른 억제정책에도 가계부채에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 상황에서 자칫 금리 인하가 기름을 부은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로 정부가 올해 2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하며 가계부채를 옥죄기 시작했지만, 가계 빚은 되레 올 2분기(4~6월) 1257조3000억원으로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어 7월에는 은행의 가계대출이 6조3000억원 늘었고 8월엔 8조6000억원, 9월에도 6조1000억원이나 증가하는 등 가계 빚의 급격한 증가세는 진정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8·25 가계부채 대책 역시 가계부채는 누르지 못하고, 부동산 시장만 가열시켰다는 평을 받았다.
최근 이를 조기 시행해 집단대출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는 점을 미뤄봤을 때에도 한은이 이에 역행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외에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도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어렵게 하는 요소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비롯한 연준 인사들이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하면서 미국의 금리 인상은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예상대로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달러화 강세로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은 빨라질 수 있다. 국내 시장금리도 상승압력을 받게 된다. 이렇게 되면 막대한 가계부채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시장의 관심은 향후 한은 통화정책 방향성이다. 넉 달째 기준금리가 동결되면서 사실상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은은 당분간 금리동결과 인하라는 두 가지 선택지를 놓고 고민할 가능성이 높다.
저물가·저성장이 지속되는 경제 여건을 고려하면 한은이 당장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소비와 투자, 수출, 고용 등이 총체적으로 부진한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점도 문제다.
이에 따라 향후 경기상황에 대한 우려와 함께 기준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선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12월 미국 금리인상이 유력한 가운데 그동안 가계부채 문제점을 거론했던 한은 금통위가 연내 추가 금리인하를 선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내년 상반기쯤 추가 금리인하 논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선 한은이 내년 성장률 전망치(2.9%)를 대폭 하향 조정할 경우 금리인하 검토 시기가 앞당겨 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한편 이주열 한은 총재는 11시30분 통화정책방향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오후 2시엔 내년도 경제성장률 발표와 물가안정 목표치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지난 7월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이 설명회는 한은이 물가목표를 달성하지 못 했을 때 이에 대한 설명을 하는 자리다.
소비자물가는 올들어 9월까지 줄곧 한은의 중기 물가안정 목표 하한선인 1.5%를 하회했다.
[신아일보] 김흥수 기자 saxofon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