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백남기 농민 대규모 추모집회… "부검 말고 특검하라"
故백남기 농민 대규모 추모집회… "부검 말고 특검하라"
  • 고아라 기자
  • 승인 2016.10.08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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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학로서 3000여명 모여 검경 규탄
서명 참여 등 담긴 대국민 행동지침 발표
▲ 지난 1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고 백남기씨 추모집회 모습.ⓒ연합뉴스

8일 서울 도심에서는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때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300여일 만에 숨진 농민 고(故) 백남기 씨를 추모하는 집회와 행진이 열렸다.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에 대한 진상 규명·책임자처벌·살인정권 규탄 투쟁본부'는 8일 오후 3시부터 종로구 대학로에서 '백남기 농민 추모대회'를 개최했다.

집회에는 주최측 추산 3000명(경찰추산 2000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책임자를 처벌하라' '살인정권 물러나라' '우리가 백남기다' '부검 말고 특검하라' 등을 외쳤다.

투쟁본부는 이날 결의대회에서 △특검안 통과를 위한 서명 참여 △부검영장 집행을 막기 위한 서울대병원 결집 △고인·유가족 모욕하는 자료 수집 등 내용이 담긴 '대국민 행동지침'을 발표하고 동참을 촉구했다.

투쟁본부는 "야 3당이 특검안을 발의했지만 새누리당 반대에 부딪혔다"며 "빈소에 마련된 특검 요구 서명이 1만명이 넘었다. 우리의 힘을 모아 특검법이 통과돼야 한다"고 밝혔다.

백씨의 장녀 도라지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2주가 다 돼가는데 경찰 부검영장 신청으로 장례식도 못 치르고 있다"며 "왜 지금까지 정권이 안 망하고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 남은 이들의 몫은 (아버지를) 쓰러지게 한 사람들을 처벌받게 하고 사과를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천주교 전주교구의 김회인 신부는 추모사에서 백씨의 사인 및 유족에 대한 명예훼손성 발언을 해 온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을 강력 비판했다.

김 의원은 지난 4일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 14층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물대포를 맞고 바로 뼈가 부러질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유족 민주화씨가 백씨 사망 직전 시댁 식구들을 만나기 위해 인도네시아 발리로 향했던 것에 대해서도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딸이 해외여행을 나갔다"며 비아냥댔다.

이에 대해 김 신부는 "직접 시험해보자. 국민을 죽이고도 당당했던 사람들이 뭐가 무섭다고 지금 부검한다고 난리인가"라고 성토했다.

이날 추모대회에는 야당 의원들도 참석했다.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 윤소하 정의당 의원들은 무대 가까이에 앉아 자리를 지켰다.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백남기 사태를 보면 1986년 권인숙, 1987년 박종철, 이한열 열사가 생각난다"며 "국가폭력에 의한 희생자가 나오면 온 국민이 들불처럼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SNS상에서 소통하고 의견을 표명하는 시민 여러분께 한 말씀 드리겠다"며 "이제 광장으로 나올 때다. 함께 나와 싸우자"라고 덧붙였다.

참가자들은 추모대회 후 국화꽃을 들고 종로5가, 종로1가를 거쳐 작년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백씨가 경찰 물대포에 맞은 곳인 르메이에르 빌딩 앞으로 행진했다.

이날 서울 이외에도 부산, 광주, 청주, 제주에서도 백씨 추모대회가 동시 다발적으로 열렸다.

한편 추모대회에 앞서 오후 2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같은 자리에서 '성과퇴출제 퇴출을 위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신아일보] 고아라 기자 ar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