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농민 빈소 조문행렬 이어져… 고향서도 추모 물결
백남기 농민 빈소 조문행렬 이어져… 고향서도 추모 물결
  • 고아라·전호정 기자
  • 승인 2016.09.2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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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野, 빈소 방문 예정… 박원순 "부검 노력 진상조사에 쏟아야"
▲ 지난해 민중총궐기대회 당시 경찰의 물대포에 맞고 의식불명에 빠졌다가 25일 사망한 농민 백남기 씨의 빈소 모습.ⓒ엲바뉴스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지 317일만에 사망한 고(故) 백남기 농민(69)의 빈소에 그를 추모하기 위한 조문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백씨가 사망한 지난 25일, 시신이 안치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는 한때 빈소 입구부터 100m 이상 긴 조문행렬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우원식·표창원·송영길·김부겸·진선미·이재정·김현권 의원, 국민의당 정동영·장정숙 의원, 정의당 노회찬·심상정·윤소하 의원, 무소속 김종훈·윤종오 의원 등 정치인도 빈소에 찾아 유가족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26일 0시 6분께 감색 정장에 검은 넥타이 차림으로 빈소를 찾았다. 박 시장은 유족을 만나 약 5분간 위로한 뒤 대책위 관계자를 만났다.

조문을 마친 박 시장은 기자들과 만나 "국가는 국민을 위해서 존재한다"며 "이런 끔찍한 일에 대해서 진상을 우선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 바른 순서"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이어 "부검 문제가 이슈가 된 모양인데 유가족과 법률전문가 모두 부검을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부검을 할 노력을 진상조사할 시간에 쏟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백씨가 사망한 뒤 자신의 SNS를 통해 "기억하는 것은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물대포로도 막을 수 없는 진실을 밝히고 기억해야 한다"며 "유가족의 깊은 슬픔을 위로하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 농민 백남긴 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연합뉴스
방송인 김제동씨도 26일 새벽 2시 30분께 검은 정장 차림으로 백씨의 빈소를 찾았다.

김씨는 경찰의 강제부검을 막기 위해 밤새 빈소를 지킨 청년들에게 "고맙고, 그리고 되게 멋지게 살고 계신 거예요, 여러분"이라고 말했다.

언론의 인터뷰 요청에는 "죄송합니다. 문상왔습니다"라고 정중히 사양했다.

김씨는 백남기 농민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25일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라는 글로 고인을 추모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 인사들도 속속 백씨의 빈소를 찾기 위해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26일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서울에서 진행하는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은 오후 1시 일괄적으로 백남기 농민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는다.

서울 외 지역에서 국정감사가 예정돼있는 의원들은 일정에 따라 개별적으로 빈소를 방문하기로 했다.

▲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비대위원들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에서 고 백남기 농민을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에서 "고인의 영전에 우리 국민의당 모든 당원과 의원들은 삼가 조의를 표한다"고 애도하며 "고인에 대한 부검을 실시하려고 하는 것은 고인을 두 번 죽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더민주의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해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 지자체장들도 빈소를 방문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백씨의 고향인 전남 보성군 웅치면 부춘마을에도 이웃들이 모여 고인을 애도했다.

백씨와 농민운동을 함께 한 전농 광주전남연맹 관계자는 "자연, 생명, 통일에 관심이 많아 자녀의 이름도 도라지, 두산, 민주화로 지었다. 표정과 걸음 하나하나 온몸으로 농민운동을 선도하신 분이다"며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농촌과 농민 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전농과 백씨의 소속인 보성군농민회는 장례 일정에 맞춰 보성경찰서 앞이나 보성역 광장에 고인을 추모하는 분향소를 차릴 예정이다. 마을 곳곳에는 근조 리본과 현수막을 게시할 예정이다.

고 백남기 농민은 지난해 11월 제1차 민중총궐기 투쟁대회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고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지 317일 만인 지난 25일 결국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3층 1호실에 마련됐다.
 

[신아일보] 고아라·전호정 기자 ara@shinailbo.co.kr,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