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강도 5.8 경주지진이 말 해주는 것
[칼럼] 강도 5.8 경주지진이 말 해주는 것
  • 신아일보
  • 승인 2016.09.2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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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태 한국정경문화연구원장·전 경주대학교 부총장

 
추석을 사흘 앞 둔 지난 12일 저녁 7시48분 경주 근교 남남서쪽에서 강도 4.8의 1차 지진이 발생 했고, 이어 8시32분에 5.8 규모의 측정 이래 한반도에서 가장 강한 지진이 발생했다.

최대의 명절을 앞두고 발생한 그야말로 경천동지 할 천재지변이 발생한 것이다.

마침 필자는 그 시간 경주의 지인에게 전화로 추석 안부를 전하고 있었는데 저 쪽에서 다급한 목소리로 지진이 발생해 긴급 대피 중이라는 소리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반신반의 하며 다른 지인에게도 전화를 걸자 한 결 같이 지진이 발생해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일부는 대피 중이고 대다수는 영문을 몰라 우왕좌왕 대 혼란이라는 것이었다.

경주에서 15년 이상 살면서 직간접으로 지진과 연관된 원자력 발전소,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 건설 문제 등의 일에 관여한 경험으로 즉각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는 것을 직감했다. 얼핏 올 것이 오는가 싶어 탄식이 먼저 나왔다.

결론부터 말하면 경주 지진은 역사와 현재가 예고하는 필연적인 결과이다. 다만 그 규모를 예측할 수 없는 예고된 재난일 뿐이다.

역사의 기록에 따르면 경주 부근에서 지진이 발생한 것이 다수이고, 가까이는 조선 숙종조의 기록에는 왕이 놀라고 왕조의 전례답게 자신의 부덕의 소치를 하늘이 경고하는 것이니 후히 제례를 올려 하늘을 달래라고 하명하는 것이 보인다.

현대과학시대의 지리, 지구과학은 경주를 통과하는 형산강을 중심으로 거대한 계곡인 형산강 지구대가 뻗쳐있고, 인근에는 포항 북쪽에서 경주, 양산을 거쳐 남쪽으로 길게 뻗어난 양산단층과 비스듬히 가지격인 울산 단층이 존재함을 말해 주고 있다. 경주부근에는 지진이 발생할 소지가 있는 단층대가 이미 알려져 있었다는 말이다.

다만 그것이 살아서 움직이는 활성단층대인가는 지금까지 그 누구도 확정적으로 말하지 않았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동해안을 따라 단층대의 인근인 부산 기장 고리와 경주 양남, 그리고 울진에 대규모의 원자력 발전소를 세웠고, 지진에 대한 특단의 설계상 고려도 없이 주거용 아파트를 비롯한 수많은 대형 건축물이 세워졌다.

경주는 천년의 역사유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해 보호하는 인류의 자산이기도 하다.

필자는 수많은 지진 전문가나 관리들이 펼치는 지진 발생 이후의 논란에 말을 덧붙일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럴만한 전문 지식도 없고 하나마나한 논쟁으로 왁자지껄 떠들다가 한 치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태풍 지나가듯 이슈 잠잠해지면 덮어져버리는 세태 변설에 끼이고 싶지도 않기 때문이다.

다만 경주라는 늙고 낡고 쇠약해진 천년고도가 안쓰러워서, 상주보다 곡쟁이가 더 슬피 운다는 빈축을 사가면서도 경주사랑으로 원전걱정, 지진걱정을 해 온 소회를 말하고자 한다.

원전은 이미 건설이 돼 우리나라 전력 공급의 중심이 돼 온 탓인지 부근에 불확실한 단층대가 존재한다는 문제를 관련시켜 연구하는 것마저 금기시 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음을 솔직히 밝힌다.

필자가 경주 모 대학에 재직할 당시 마침 일본의 유수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하고 지질과 지진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는 젊은 교수가 있어 경주부근 원전, 방폐장과 관련해 지진, 지질연구소를 만들자고 의기투합한 일이 있었다. 생각이 같아서 열심히 추진했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그 교수의 입장은 지금 문제로 떠오른 양산단층대와 울산단층대가 매우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방폐장 입지 타당성 토론 등에 나가 위험성과 함께 반대 의견을 활발히 발표 했다. 그와 관련해 방송매체에도 몇 차례 출연 했다고 기억된다

그러나 그 후 그 전문가는 어느 곳에서도 불러주지 않았고 그는 전문가가 아닌 취급을 받았다. 자연재해는 미물도 감지하고 미리 대피를 한다고 한다.

부산에 개미떼가 나타나고 나서 울산 앞바다에 지진에 난 것을 두고 전조현상이다. 아니다 하는 논란 중에 한반도 최강 5.8의 지진이 경주에서 발생했다.

경보가 늦었다. 적절한 대응 요령도 하달되지 않았다. 대통령이 현장에 가서 폼을 잡은 다음에야 재난지역으로 선포돼 복구사업이 활발해 진다.

재해를 정치적으로 해석한다. 참 말도 많다. 다 그곳에 사는 경주 사람들이나 살아본 사람에게는 위안은커녕 분통만 키우고 불안만 가중시킬 뿐이다. 그냥 매뉴얼대로만 하면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능력이 없으면 지진에 이력이 난 이웃 일본에서 빌려서라도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어찌해 민주시대 나라의 대응이 왕조시대만도 못한가.

불안한 사람 안심 시키는 것이 먼저다. 사람도 사람이지만 말 못해 별 보호도 받지 못한 채 늙고, 낡고, 쇠약해지는 천년고도 경주가 가엾다. 

/박기태 한국정경문화연구원장·전 경주대학교 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