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생리대 지원, 기본권 차원서 해결합시다”
[칼럼] “생리대 지원, 기본권 차원서 해결합시다”
  • 신아일보
  • 승인 2016.09.2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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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희 전남 화순군의회 의원

 
사회 문제의 중요성을 살펴보는데 성별 구분이 잣대가 되지는 않지만 여성의원이기에 더욱 가슴 아픈 일이 가끔은 있다.

지난 몇 달 동안 언론보도에 따르면, 생리대 살 돈이 없어서 일주일 내내 학교를 결석하고 수건 깔고 누워있는 소녀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한다.

오죽하면 신발 깔창을 대신 사용하거나 신문지와 화장지를 돌돌 말아 해결하면서도 부끄러워 말도 못 꺼내는 저소득층 청소년들이 10만 명을 웃돈다하니, 가난한 나라도 아니요 국민소득 3만 달러를 앞둔 대한민국에서 최소한의 인권조차 보호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복지 수준에 얼굴이 붉어진다.

‘흙수저’라는 태생적 한계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안타깝고 충격적인 ‘깔창 생리대’.

여성에게 임신과 출산, 양육을 고귀한 의무로 강조하면서 정작 그 바탕이 되는 저소득층 청소년들의 생리대 문제를 외면한다면 결코 건강한 사회라 할 수 없다.

모성에서 오는 그날의 기쁨과 자존감은커녕 소외감과 두려움만 남기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언론 보도를 계기로 사회안전망을 뜨겁게 달군 깔창 생리대 충격 이후 각 지자체와 기업들에는 후원이 이어지고, 국회에서는 저소득 청소년(15세-19세)들에게 생리대를 지원하는 법안을 내는 등 제도개선에 분주하다.

이에 따라 정부도 빠르면 10월부터 전국 지자체와 함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생리대 지원 사업을 단행할 예정이지만, 제대로 시행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동안 이 사업을 추진해 온 서울시와 성남시, 전주시, 대구시 등 지자체 10곳은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복지부에 벌써 협의 요청을 해 놓은 상태다.

특히 서울시는 정부 사업에 앞서 지급 대상과 방법의 차이를 감수하면서까지 생리대 지급을 강행키로 예고해 정부를 고강도로 압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복지부는 최근 추경 예산이 편성된 뒤 “추후 내려갈 정부 지침과 중복되지 않도록 사업을 조정해서 다시 협의하라”고 통보했지만, 서울시는 생리대 살 돈이 없어 고통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더 이상 배송을 늦출 수 없어 일단 추석 전 9200명을 대상으로 생리대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사업을 다시 조정하고 복지부와 협의하면 약 2개월 지연되는데 그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이 서울시의 입장이다.

깔창 생리대 사태에서 또 다른 중요 쟁점 하나는 비싼 생리대 가격이다.

다른 주요 국가에 비해 국내 생리대 가격은 50% 가량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생리대 가격은 개당 260~331원으로 일본이나 미국, 프랑스, 캐나다, 덴마크 등 세계 주요국가에 비해 50%에서 많게는 70%까지 비싸다.

생리대를 면세품목으로 정했지만, 높은 가격에 공염불이 된 것이다.

게다가 세계 주요 국가들이 여성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생리대를 공공재로 봐야 한다며 두 팔을 걷어 부친데 반해 고가정책을 수수방관하는 한국의 실정은 그야말로 생리대 복지 사각지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산업체들은 원가 절감을 위한 노력과 별개로 신제품 기술 적용 등에서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했다고 강조하지만, 소비자 단체는 “생리대 시장이 독과점 시장이기 때문에 막무가내식 고가 정책이 가능한 것”이라며 한국 경제의 병폐해결을 촉구하고 있어 서로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에 직면해 근본적으로 ‘국가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를 생각하면 너무도 쉽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또한 정부와 국회 등 정부정책 당국자들은 이제부터라도 세계 10대 경제 대국에 걸맞게 저소득층 청소년들을 비롯한 여성들의 인간적 기본권 보장에 매진해야 한다.

특히 10대 후반의 여성으로서 정체감과 자존감, 감수성이 어느 때보다 예민한 시기에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꼭 쓸 수밖에 없는 필수소비재가 상처로 남는다면 대한민국의 품격을 어떻게 논할 수 있겠는가.

저소득층 청소년 생리대 지급 사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된 이때에 정부와 지자체는 그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책무를 다 함으로서 국민들의 신뢰를 더욱 확고히 다져야 할 것이다. 

/김숙희 전남 화순군의회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