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농민 청문회'… 與 "폭력시위" vs 野 "과잉진압"
'백남기 농민 청문회'… 與 "폭력시위" vs 野 "과잉진압"
  • 이원한·김가애 기자
  • 승인 2016.09.12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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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명 전 경찰청장 "다쳤거나 사망했다고 무조건 사과는 적절치 않아"

▲ 강신명 전 경찰청장(오른쪽)과 구은수 전 서울청장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해 서울 도심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중태에 빠진 '백남기 농민 사태'에 대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12일 청문회에서 폭력시위냐, 과잉진압이냐로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여당은 백씨 사고와 별개로 당시 집회가 공무수행 중이던 전·의경은 물론, 주변 상인과 일반 시민에게도 물적·인적 피해를 끼친 폭력시위로 변질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은 백씨를 중태에 빠뜨린 살수차 진압 행위 등을 포함해 경찰이 '과잉 대응'을 했다며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날 청문회의 주요 증인으로는 집회 대응을 지휘한 강신명 전 경찰청장, 백씨가 참여한 서울 집회 현장을 총괄한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등이 출석했다.

백씨의 자녀인 백도라지씨와 당시 진압 과정에서 부상을 입은 전·의경 등도 나란히 증인 내지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강석호 새누리당 의원은 "집회시위가 갈수록 집단화, 조직화, 폭력화하는 양상을 보인다"며 "최근 불법폭력시위는 특정 이익단체나 노동단체, 시민단체가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그럼에도 불법폭력 시위 중 우발적 사고로 중상을 입은 백씨에 대해 청문회까지 열어가며 정당한 공권력을 폄훼하고 있다"며 "건전한 집회시위문화 정착을 위해 공권력 무력화와 법치 조롱의 도구로 이용하는 불법 폭력 시위대에 대한 사후책임을 엄중히 물어야한다"고 강조했다.

같은당 장제원 의원은 "민중총궐기 주동자인 한상균의 실체가 1심 재판 판결문에서 드러난다"며 "경력을 폭행하고 분말 소화기를 분사하는 등 입에 담지도 못할 시위대의 폭력 과격 시위였다"고 주장했다.

홍철호 의원은 "이 청문회로 무엇을 얻고자 하느냐"며 "우리 공권력이 사라지면 국가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 생각해보자"며 2분간 '무언질의'를 하기도 했다.

이어 "불법시위로 부상을 입은 경찰도 많다"며 "집회·시위를 신고한 책임자들이(부상을 입은 경찰 등에게) 유감표명을 했느냐"고 지적했다.

▲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서 백씨의 부인 박경숙(뒷줄 왼쪽 첫번째)가 사건 당시 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당시 경찰을 지휘했던 (앞줄 왼쪽부터)와 구은수 전 서울청장, 강신명 전 경찰청장 등 증인들도 이 영상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이번 사태를 '국가폭력'이라고 규정하며 공세에 나섰다.

소병훈 더민주 의원은 "국가의 폭력으로 사경을 헤매는 국민에게 한마디 사과도 없고 진상규명 의지도 없는 정부를 보면서 시대를 역행하는 독재정권의 어두운 모습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같은당 간사인 박남춘 의원은 "백남기 농민을 조준해 쓰러뜨린 충남 9호차의 사용 보고서에는 초기 경고살수와 곡사살수를 한 것으로 기재돼있다"며 "하지만 CCTV 확인 결과 처음부터 직사살수를 한 정황이 포착됐다"며 '허위보고' 경위에 대해 따졌다.

그러면서 그는 "경찰의 과잉진압을 의도적으로 숨기기 위해 조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용호 국민의당 의원은 "어떤 사람이 중태에 이르면 스스로 넘어지거나 자해한 건 아닐것"이라며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면 사과해야 맞지 않느냐"면서 경찰청장과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사람이 다쳤거나 사망했다고 해서 무조건 사과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일축했다.

강 전 청장은 박 의원이 제기한 보고 조작 의혹과 관련해서는 "당시 현장은 생중계되고 있었기 때문에 경찰관이 거짓말을 할 수 없다"며 "보는 기준에 따라 경미하게 달라질 수 있는데 그런 사안을 갖고 경찰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이원한·김가애 기자 whlee@shinailbo.co.kr, ga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