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실망스러운 정부의 한진 물류대란 대응
[사설] 실망스러운 정부의 한진 물류대란 대응
  • 신아일보
  • 승인 2016.09.0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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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전가하는 모호한 정부태도
물류대란 해결 의지는 있는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전 세계가 물류대란을 겪고 있는데도 확실한 대비책을 내놓지 못하고 난을 수습할 컨트롤 타워도 보이지 않아 내외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로 들어가면 물류대란이 올 것이라는 예상을 항만 해운업계에서 제기했는데 업계와 관계 부처에서 안이하게 대응하는 바람에 대란을 자초했다는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는 것이다.

한진해운이 국내물동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대라며 과소 평가한 것이 큰 잘못이었다. 곳곳에서 선박이 압류당하고 하역작업과 내륙 이송이 멈추는 바람에 국내 수출업체가 발을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소매점 업계도 미국 정부에 조속한 해결을 호소할 정도로 물류대란은 이제 글로벌화했다. 그러나 이를 해결해야 할 정부는 명쾌한 대비책을 내놓지 못하고 한진해운의 대주주가 자금을 투입하는 등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모호한 태도를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거국적인 위기 상황이 오면 해결할 일차적인 책임은 국가에 있다는 것을 간과한 태도라고 하겠다. 정부가 책임을 지지 않으면 누가 책임을 지겠는가.

엊그제 내놓은 정부대책으로는 해결하기에 역부족이다. 정부 안에 따르면 현대상선 선박 13척을 긴급 투입하기로 했는데 이 계획도 아시아~미주 노선은 오는 8일, 유럽 노선은 12일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돼 있다.

선박이 투입된다고 해서 바로 운송이 되는 것이 아니라면 납기가 생명인 수출업체들로선 답답할 수밖에 없다. 납기 지연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이미 업계는 지난 2일 해수부 해운·항만·물류 비상대응반 주재 회의에서 세계 곳곳에 발이 묶인 컨테이너들을 반출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호소를 했었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는 별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 기재부와 협력해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 전부였다.

이어 4일 해수부 장관 주재로 9개 부처가 참석해 ‘관계부처 합동대책 태스크포스’를 만들기로 했으나 이는 배 떠난 뒤 손 흔들기나 다름없다.

뒷북도 이런 뒷북이 없다. 물류대란이 현실화한 뒤에야 대비책이라면서 내놓은 것이 범정부 대책기구이다.

한진해운이 지난 달 말 법정관리를 신청했으나 업계에서는 3개월 여 전부터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한진해운 법정관리 논의가 금융위 중심으로만 진행, 해수부가 제외되면서 사후 관리를 논의하지 못했다. 당시에도 업계에서는 물류대란 우려를 호소했으나 정부와 채권단은 마이동풍이었다는 것이다.

채권단이나 기재부 해수부 등이 해결할 골든타임을 허송세월한 셈이다. 바로 대응책을 논의했으면 이지경은 면했을지도 모른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 4일 현재 운항 중인 한진해운 소속 선박 141척 중 절반이 넘는 73척이 정상적으로 운항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항만 사용료나 하역료를 내지 못해 입·출항이나 하역을 못하고 심하면 압류까지 당하고 있다. 이들 배에 실린 컨테이너는 30만개, 이 중 3만3000개가 국내 기업 물량이다. 운항 차질은 납기 지연과 제품 손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 손실은 고스란히 국내 수출기업으로 돌아온다. 더구나 선적을 기다리는 물량이 30만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사태가 조기에 해결되지 않으면 국내뿐만이 아니라 외국 화주들의 소송사태로까지 번져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게 된다.

정부와 채권단 한진그룹은 수습에 만전을 기해 더 이상의 혼란이 있어서는 안 된다. 수습이 늦어지면 한진그룹의 평판과 신뢰에 치명타를 입는 것은 물론 한국경제의 대외신인도 추락도 불가피하다.

책임 있는 당사자들이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것을 당부한다. 정부가 안 보인다는 비난을 들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