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구급대원 폭행, 성숙한 시민의식 아쉬워
[독자투고] 구급대원 폭행, 성숙한 시민의식 아쉬워
  • 신아일보
  • 승인 2016.09.05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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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군기 인천강화소방서 대응구조구급과장

 
1982년 3월, 서울에 9대의 구급차를 갖춘 소방 구급대가 창설되면서 119구급차의 시대가 열렸다.

이후 증가되는 119신고와 도움의 손길에 신속히 응답하는 체계적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면서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해 온 결과 신속한 응급출동에 대응하기 위해 구급대원들은 오늘도 긴장한 상태로 근무에 임하고 있다.

언제든 전화 한 통이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도움을 주는 119구급대! 높아진 국민수준에 부응하기 위한 고품질 구급서비스 제공, 전문성 확보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119구급대는 매년 증가하는 출동량에 따라 업무 피로도와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어려움을 주는 요인은 119구급대원에 대한 폭행과 폭언이다.

온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는 119구급대원에게 신속한 출동의 대가로 폭언 및 구타 등 폭행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자료에 의하면 2011년 98건이었던 구급대원 폭행건수가 5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해 2015년 198건의 구급대원 폭행사건이 발생했으며, 인천에서는 2015년 12건의 폭행사건이 발생했다.

그리고 이 중 가해자는 대부분이 환자나 보호자이며, 90% 이상 술에 취한 상태에서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2015년 소방공무원 인권 상황 실태 조사에서 우울증은 일반인 보다 5배나 높았고, 외상 후 스트레스(PTSD)증후군의 발병률은 일반인보다 10배 높았다고 한다.

언제 어디서나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 고생하는 구급대원이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폭행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더구나 여성구급대원의 경우 폭행에 방어하기 더욱 힘들기 때문에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구급대원 폭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자 정부에서는 구급대원을 폭행하거나 난동을 부리는 사람은 소방관이 직접 체포해 수사할 수 있도록 법제화했다.

현장에서 폭행사건이 일어나면 경찰이 나서기 전에 소방관이나 구급대원이 직접 피의자를 체포하고 수사까지 전담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형법상 공무집행 방해 혐의를 적용했던 것과 달리 소방기본법 50조를 적용 ‘화재진압, 인명구조 또는 구급활동을 수행하는 소방공무원에게 폭행 또는 협박 등을 행사해 소방활동을 방해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처벌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예방이 최선이기에 소방서에서는 시민을 대상으로 ‘구급대원 폭행방지’ 캠페인 및 관련 전문가 초빙교육 실시, 구급대원폭행방지 프로그램을 개발해 예방활동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특히 여성 구급대원의 경우 쉽게 폭력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남성 구급대원 1명이 추가로 탑승해 현장 활동에 임하고 있다.

또한 구급차량 내에 설치된 CCTV와 녹음장치 등을 이용해 증거를 확보 하는 등 강력 대응해 나가고 있다.

공무원의 신분으로 국민에게 구급서비스를 천명으로 생각하는 구급대원이 시민을 신고해 처벌을 해야 한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하지만 소방관폭행 사범은 음주상태였다는 이유로 가벼운 처벌을 받게 할 것이 아니라 그 사안의 무게성에 맞춰 중형을 부과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한 때이다.

폭행과 폭언이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구급대원에게 큰 상처로 남아 자칫하면 사기저하와 소극적인 환자처치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지금 이 시간 폭염 속에서도 119구급대원들은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열심히 현장을 누비고 있을 것이다.

따뜻한 관심과 인격을 존중해주는 성숙된 시민의식이 119구급대원들에게는 아주 큰 힘이 될 것이다. 

/윤군기 인천강화소방서 대응구조구급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