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했지만 현안 조율엔 한계 드러난 G20회의
성대했지만 현안 조율엔 한계 드러난 G20회의
  • 연합뉴스
  • 승인 2016.09.05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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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세계리더' 의욕 노출…미·중·한 불협화음은 여전

▲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후(현지시간) 중국 항저우 국제전시장에서 열린 G20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개회사를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부터 5일까지 항저우(杭州)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는 중국이 국력을 기울여 준비한 만큼 행사 규모나 외형으로만 보자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맞먹을 정도로 화려했다.

이를 통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중국인들에게 더욱 믿음직스러운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고 세계적인 리더로의 도약을 시도했다.

그러나 가장 기대를 걸었던 중국과 미국, 한국 등 주요국과 현안 조율에서 만족할 만한 접점을 이뤄내지 못한 점은 한계를 노출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G20 '보호무역 반대' 컨센서스…개도국까지 포용 = 중국은 이번 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액션 플랜을 채택하며 의제를 주도하는 데 성공했다.

G20 정상은 이번 회의에서 보호 무역주의와 통화절하 경쟁을 거부하고 세계 경제성장을 위해 재정지출, 통화정책, 구조개혁 등 가능한 모든 정책 수단을 활용하는 내용의 '항저우 컨센서스'를 채택했다.

G20 정상들은 세계 경제가 꾸준히 회복하는 추세지만 세계 무역과 투자가 부진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다자간 무역 체계를 활성화함으로써 세계 개방경제 구축, 보호 무역주의 거부, 세계 무역과 투자 촉진 등에 힘을 쏟기로 했다.

또한, 정상들은 테러 공격과 무력 분쟁이 세계 경제 전망을 복잡하게 한다고 언급하고 세계 경제 안정을 위한 긴밀한 정책 공조를 재확인했다.

아울러 수출 증가를 겨냥한 경쟁적인 통화 가치 절하에 반대하는 한편 지나친 환율 변동이 경제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합의문에 반영했다.

G20은 2018년까지 현 추세보다 2% 추가 성장하도록 하겠다는 2014년 합의사항을 토대로 이를 뒷받침할 신속하고 완전한 성장 전략과 구조개혁 정책을 이행하기로 합의했다.

정상들은 철강 생산능력의 감축에 공감대를 이루고 구체적 방안을 논의할 제도적 틀을 만들기로 의견을 모았고, 탈세 및 조세 도피를 막기 위해 국제적 공조체제를 갖추기로 합의했다.

중국은 이번 정상회의에 차드, 태국 등 개발도상국도 대거 초청해 개발도상국의 맹주국으로 세계 경제 질서 속에 개도국을 배려하고 있음을 보여줬으며,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5개국 정상회담을 통해 전 세계 중재자 모습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특히, 막대한 돈과 인력을 투입한 항저우 G20 행사 또한 두고두고 볼거리였다.

정상들은 지난 4일 저녁 항저우의 서쪽에 있는 호수라고 해서 이름 붙여진 서호에서 중국의 명장 장이머우(張藝謨) 감독이 연출하는 '가장 그리운 것은 항저우'(最憶是杭州)라는 제목의 공연을 봤다. 45분간 9장으로 구성된 이 공연은 올림픽 개막식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베이징 소식통은 "G20 개막 전야 공연을 보니 중국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면서 "압도적인 스케일 속에 급성장한 중국의 국력에 대한 자부심이 담겨있는 듯했다"고 전했다.

▲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과 각국 정상들이 4일 오후 항저우 G20 만찬장인 시즈호텔 앞에서 단체 기념촬영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 중국, 미국과 공항 의전 논란에 北 미사일 발사까지 = 중국은 G20 정상회의 자체만 놓고 보면 행사를 성공리에 치렀지만, 양자 회동에서도 성적이 그리 신통치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이 가장 신경을 썼던 미국과 정상회담은 공항에서부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의전 문제가 벌어지고 취재진 접근을 놓고 양국 간 실랑이가 빚어지면서 잡음이 일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오바마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외교적인 무시를 당했다"고 표현했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공항에서의 풍경이 "현재의 (미·중) 관계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이에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 등 중국 매체들은 당시 오바마 대통령의 의전 문제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을 정도다.

또한 시 주석과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3일 무려 4시간 동안 마라톤 양자 회동에서 한반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인권 문제 등 양국 갈등현안에 대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공방을 펼치며 정면으로 충돌했다. 결국, 갈등현안을 놓고 평행선만 달렸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의 평화·안정 수호, 대화·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 등 자국의 한반도에 관한 3대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각 당사국이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동을 피함으로써 정세의 전환(긴장완화)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남중국해, 인권, 무역 문제 등 양자 간 현안에 대해 대중 압박 공세를 강하게 펼쳤으며 시 주석도 자국의 단호한 입장을 피력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시 주석은 박근혜 대통령과 만남에서도 밀도 있는 의견 교환을 했으나 사드 등 현안에 대한 접점을 찾지는 못했다.

박 대통령이 사드 배치의 당위성을 설명했지만 시 주석은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시 주석은 "구동존이(求同存異·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같은 점을 먼저 찾는 것)"란 표현을 사용했고 박 대통령은 "구동존이를 넘어 구동화이(求同和異·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며 공감대를 확대)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양국 정상이 확전을 염두에 뒀다기보다는 직접 만나 서로의 입장을 설명하고 소통을 시도했다는 점은 평가할 만한 점이다. 또 두 정상은 '한중 관계의 발전이 역사적 대세'라는 점에 공감했고 박 대통령의 '구동화이'라는 표현에 시 주석도 동의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한·중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 북한이 동해 상에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하는 도발을 감행한 것은 중국에는 뼈아픈 대목이다.

G20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앞둔 가운데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미국 등 주요국의 관심사가 북한을 규탄하는 쪽으로 기울어졌기 때문이다. 중국 관영 언론은 이날 한반도 당사국은 긴장 조성행위를 자제하라는 중국 외교부의 기존 입장을 보도하는 등 북한의 도발에 대해 불쾌감을 간접적으로 내비쳤을 정도다.

반면, 시진핑 주석은 이번 양자 회담을 통해 러시아와는 한층 긴밀한 모습을 보였다.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사드 배치 문제 등으로 주변국에 우군이 사라진 가운데 러시아가 중국을 지지해줄 핵심 국가이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지난 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양자협력 강화, 국제현안에 대한 공조 강화 등에 뜻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