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家 횡령 논란… 경영활동 없이 수십억 급여 챙겨
롯데 家 횡령 논란… 경영활동 없이 수십억 급여 챙겨
  • 김흥수 기자
  • 승인 2016.09.05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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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신동주·신영자 등 거액 급여 의혹… 롯데 “신동빈은 경영에 참여”

롯데그룹 일가가 회사 경영에 기여한 바가 없이도 과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연 수십억원씩 급여를 챙겨간 것으로 드러났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지난 한해에만 호텔롯데와 롯데건설로부터 각각 5억2700만원, 14억8800만원(퇴직금 13억6300만원 포함)의 보수를 받았다.

또 지난해 신동빈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패한 뒤 롯데상사·롯데리아·롯데알미늄·부산롯데호텔·롯데건설 등기임원에서 물러났음에도 20억원이 넘는 퇴직금과 급여를 받은 만큼 이전 연봉의 규모는 이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이 신 전 부회장을 상대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 적용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는 만큼 성립 여부는 신 전 부회장이 어느 정도 한국 롯데 경영에 간여하고 역할을 했는지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만약 신 전 부회장의 급여가 부당하게 지급받은 것에 해당 돼 횡령 혐의가 적용된다면 신격호 총괄회장과 장녀 신영자 롯데문화재단 이사의 급여도 논란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신 총괄회장의 경우 지난달 31일 법원이 후견인(법정대리인)을 지정하면서 사실로 공인된 상태다.

법원은 심판문에서 2010년, 2012, 2013년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외래 진료 당시 기억력·지남력(시간·장소·주변 등에 대한 인식능력) 장애를 호소한 점, 2010년께부터 아리셉트(Aricept), 에이페질(Apezil) 등 치매 관련 치료 약을 지속해서 복용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처럼 정상 사무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서도 신 총괄회장은 지난해 롯데제과(10억원), 롯데건설(5억원), 롯데쇼핑(16억원), 호텔롯데(10억원) 등으로부터 41억원에 이르는 급여를 받았다.

특히 롯데쇼핑은 지난 2분기에만 무려 640억원의 영업손실(적자)을 내고도 올해 상반기 신 총괄회장에게 지난해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8억원의 보수를 줬다.

게다가 소공동 롯데호텔이 위치한 총괄회장 집무실 관할권이 장남인 신 전 부회장에게 넘어가면서 신 총괄회장은 롯데쇼핑을 비롯한 그룹 어느 계열사로부터도 업무보고를 받지 않았다.

장녀 신 이사장의 급여에 대해서도 정당성 논란이 일고 있다.

신 이사장은 현재 롯데쇼핑·호텔롯데·호텔롯데부산·롯데자이언츠 등의 등기 이사다. 그러나 롯데그룹 내부에서조차 신 이사장의 계열사 이사 역할에 대해 뚜렷한 설명을 듣기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여기에 신 이사장은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되며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사건으로 구속된 상태다.

이처럼 경영에 실질적으로 거의 기여한 바가 없는 오너가 80억원대 뒷돈과 횡령 혐의로 기소돼 호텔롯데 이미지와 영업에 막대한 타격을 입혔지만, 호텔롯데는 올해 상반기 8억5000만원의 급여와 4억9600만원의 ‘보너스’까지 지급했다.

지난해에도 신 이사장은 롯데쇼핑과 호텔롯데 등으로부터 27억6800만원의 급여를 받은 바 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의 일본 급여 상황도 검찰이 눈여겨 보고 있다.

신 회장은 일본 롯데 계열사에 이사 등으로 이름만 올리고 총 100억원이 넘는 급여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롯데는 신 회장이 일본 롯데 경영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며 정당한 보수라고 강조하고 있다.

롯데 측은 신 회장의 경우 1990년 일본 ㈜롯데 이사역에 취임했고, 1995년 이후 일본 프로야구단 지바롯데마린스의 대표 대행을 맡고 있다.

2001년에는 일본롯데리아 부사장에, 2006년에는 ㈜롯데 부사장에 선임됐고 2009년 일본롯데 지주사인 롯데홀딩스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롯데 측은 한국과 일본을 수시로 오가며 직접 정기적으로 업무보고를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신아일보] 김흥수 기자 saxofon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