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에도 IS 공포… 필리핀 다바오 폭탄테러로 80여명 사상
동남아에도 IS 공포… 필리핀 다바오 폭탄테러로 80여명 사상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6.09.04 10: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두테르테 대통령 고향서 폭탄테러… 임신부·12세 소년도 숨져
IS 추종 무장세력 '아부사야프' 소행 자처… 각국 필리핀 여행경보

▲ 2일(현지시간) 필리핀 다바오의 폭탄테러 현장에서 경찰들이 증거를 수집하는 등 수사를 진행 중이다. ⓒAP=연합뉴스
필리핀 남부 다바오 시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폭탄 테러가 일어나 8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현지 언론과 CNN 등에 따르면 필리핀 남부 다바오시(市) 야시장에서 2일 오후 10시 30분께(현지시간) 강력한 폭발이 발생하면서 최소 14명이 숨지고 67명이 다쳤다. 사망자가 15명으로 늘었고 부상자가 71명에 달한다는 일부 보도도 있다.

사상사 중에는 임신부와 12세 남자 어린이도 있었다.

필리핀 정부는 "경찰이 포탄에 바탕을 둔 폭발 물질의 파편을 발견했다"며 이번 폭발이 단순 사고가 아닌, 폭탄 테러라고 밝혔다.

이날 두테르테 대통령이 다바오에 머물고 있었던데다 사건 발생 장소가 두테르테 대통령이 평소 자주 찾는 마르코 폴로 호텔 인근이라는 점에서 이번 공격이 대통령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주말마다 다바오를 찾는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다바오 내 다른 장소에 머물고 있었으며, 현재 현지의 한 경찰서에 머물고 있다고 아들 파올로 두테르테 다바오 부시장이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고향인 다바오는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남족으로 980㎞ 떨어져 있는 도시로, 두테르테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전까지 22년간 다바오 시장으로 재직하면서 치안을 확립해놓은 곳이다.

이 때문에 다바오는 민다나오 섬의 다른 지역과 달리, 필리핀 내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 중 하나로 손꼽혔다.

▲ 3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가운데)이 다바오 테러 현장을 방문하고 있는 모습.ⓒEPA=연합뉴스
폭탄 테러의 범인으로는 이슬람 무장단체 '아부사야프'가 지목되고 있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추종하는 아부사야프는 3일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며 추가 공격을 예고했다.

아부사야프 대변인인 아부라미는 현지 언론에 "필리핀 내 모든 무자히딘의 단결을 부르짖기 위해 자신들이 진행한 일"이라며 "공격은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 초반 결성된 것으로 알려진 아부사야프는 다바오 시를 포함한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지역을 거점으로 납치와 테러를 일삼고 있다.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와도 연계된 아부사야프는 2014년 IS에 충성을 맹세했으며 무장대원은 400여 명으로 추정된다. 70대 한국인을 납치한 후 10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시신으로 돌려보내 우리에게도 잘 알려졌다.

아부사야프는 올해 상반기 인질로 잡고 있던 캐나다인 2명을 참수한 데 이어 지난 8월 말 10대 필리핀인 인질을 참수했다.

이에 격분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아부사야프 섬멸을 지시했고 필리핀군은 이 무장단체의 근거지인 남부 술루 섬에 2500여 명의 병력을 급파, 지금까지 30여 명을 사살하는 등 토벌 작전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마약상의 소행일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 필리핀 마약 용의자 2000명이 경찰이나 자경단의 공격을 받아 숨졌고 70만 명이 경찰에 자수했다.

필리핀 경찰은 일단 아부사야프의 소행에 무게를 두고 용의자를 쫓고 있다.

필리핀통신 등에 따르면 로널드 델라로사 경찰청장은 다바오 테러와 관련해 여성 2명과 남성 1명이 용의 선상에 올라 있다고 밝혔다. 당초 4명이 테러 용의자로 지목됐지만 1명은 혐의를 벗은 것으로 알려졌다.

델라로사 경찰청장은 "아부사야프가 자신들에 대한 정부군의 공세를 수세로 전환하려는 의도로 테러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3일 테러 현장을 둘러 보는 자리에서 이번 테러 행위로 필리핀에서 '무법 상황'(state of lawlessness)이 벌어지고 있다고 선언하며 군사력 등을 동원해 강력히 응징하겠다고 밝혔다.

무법 상황 선언은 다바오를 포함한 남부 민다나오 전역에 적용된다.

필리핀 군경은 테러 용의자 색출과 함께 추가 테러를 막기 위해 전국 주요 지역에 대한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있다.

애초 두테르테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후 첫 해외방문 일정으로 브루나이 수도 반다라스리브기완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다바오 테러로 인해 이를 취소했다.

오는 6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는 예정대로 참석한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가 끝난 뒤 8일 인도네시아로 향할 예정이다.

한편 다바오 테러 직후 미국, 호주, 영국, 캐나다, 싱가포르 등은 자국민에게 필리핀 여행경보를 발령했다.

우리 정부 역시 "필리핀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은 터미널이나 유명 관광지 등 다중 밀집시설 방문, 대중교통 이용, 야간활동을 자제하는 등 신변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필리핀 다바오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와 관련, 한국인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필리핀 다바오시에는 한국인 2500여명이 살고 있다.

[신아일보] 이은지 기자 ej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