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푸틴과 정상회담… '사드' 직접 언급 안해
朴대통령, 푸틴과 정상회담… '사드' 직접 언급 안해
  • 신혜영·전민준 기자
  • 승인 2016.09.03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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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북핵·미사일 해소 중요… 한·러 전략적 소통 강화"
푸틴 "北, 자칭 핵보유 용인할 수 없다…군사 대립 저감 노력"
▲ 박근혜 대통령과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3일 오후(현지시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불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우리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이해를 구하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외교에 들어갔다.

다만 박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사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은 채 북핵·북한 문제 해결에 있어 소통을 강화해 나가는데 뜻을 모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선 서로 간의 신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런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서로의 긴밀한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한러 정상회담을 한 자리에서 "한러 관계는 그동안 여러 변화를 겪어왔지만 양국이 서로에게 갖는 중요성은 변함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처럼 밝혔다.

박 대통령은 또 "동방경제포럼에 주빈으로 초청을 해주신 데 대해서 감사를 드린다"고 사의를 표한 뒤 "이번 포럼에서 나온 유익한 의견들은 한러 양국관계 발전은 물론이고 극동지역의 협력 활성화를 하는데도 좋은 토대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푸틴 대통령과 여러 계기에 진솔한 대화를 나눈 소중한 기억을 갖고 있다"며 "회담을 통해 양국관계의 발전 방향, 그리고 또 실질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방안을 서로 잘 논의해 나갔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박 대통령이 '소통'을 강조한 것은 한반도 사드 배치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러시아를 상대로 한반도 사드가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는 등 적극적인 사드 설득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드 한반도 배치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 필요성을 설명하는 선에서 푸틴 대통령의 이해를 구한 셈이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아태 지역 내에서 우리의 우수한 파트너 중 하나"라며 "우리는 포괄적인 경제협력을 하고 있고, 에너지, 농업, 화학, 제조업 등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어 "직접 만나 우리 정상들이 접촉할 수 있는 데 대해 흡족해 하고 있다"며 "정부 간, 의회 간 차원에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 박근혜 대통령과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3일 오후(현지시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린 협정 MOU서명식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푸틴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북핵 문제에 있어 양국이 파트너임을 확인하는 자리였다"며 "북핵·북한 문제 해결에 있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전략적 소통을 더욱 강화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특히 "한-러 협력을 더욱 확대해나가기 위해서는 이 지역의 큰 안보 위협인 북핵과 미사일 문제를 시급히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추가 핵실험 위협과 함께 핵 선제공격까지 공언하는 상황에서 날로 고도화되는 북핵과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 탄도미사일 위협은 불과 수분의 사정거리에 있는 우리에게는 삶과 죽음의 문제"라고 말했다.

취임 후 푸틴 대통령과 네 번째 정상회담을 한 박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신동방정책과 제가 추진 중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서로 만나는 극동지역에서 협력 비전을 공유하고 북한·북핵 문제에 있어 양국이 파트너임을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총평했다.

경제적 협력과 관련해서는 "두 정상은 극동 지역의 전략적 가치에 주목하고 이 지역에서의 실질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며 "러시아 극동의 풍부한 자원과 잠재력에 한국의 자본과 기술이 결합될 경우 이 지역은 양국 공동번영의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도 이 자리에서 "우리 두 나라는 평양의 자칭 핵보유 지위를 용인할 수 없다"며 "러시아는 한반도 핵문제가 동북아에서의 전반적인 군사·정치의(긴장) 완화 틀 내에서 해결돼야 한다고 보고 있으며 군사 대립 수준을 저감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동북아) 역내 모든 국가간에 신뢰성의 기초를 마련해야 한다. 도발이나 긴장 고조를 외면해야 한다"면서 "우리의 노력을 통일해야 (동북아) 안정과 번영을 위해 역내 국가들이 접근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러시아의 중요하고 전망이 밝은 역내 파트너"라며 "양국 간에 적극적인 정치 대화가 유지되고 있고, 양자 경제 관계는 전통적으로 긴밀한 호혜적인 성격을 띄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양국의 경제협력과 관련해서는 "동방경제포럼 회의에서 아태 지역 경제 통합 전망 및 주요 문제에 대해서 의견을 교환했다"며 "러시아에 외국 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회담과 관련해 "양국 정상은 사드를 포함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전략적 안정 문제와 관련해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건설적인 의견 교환을 했다"며 "북핵불용 입장 하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전략적 소통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신아일보] 신혜영·전민준 기자 hyshin@shinailbo.co.kr, mjje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