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 롯데 2인자 자살 곱씹어봐야 한다
[사설] 검찰, 롯데 2인자 자살 곱씹어봐야 한다
  • 신아일보
  • 승인 2016.08.28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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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기업수사 경영악화 초래하고
경제 위축, 사회불안 야기한다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이 지난 26일 아침 경기도 양평 한강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발견 당시 정황과 그가 남긴 유서 등으로 볼 때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본다고 했다. 국립과학 수사 연구소도 기도 압박으로 인한 질식사로 결론지었다.

알려진 대로 이 부회장은 1973년 입사해 그룹 정책본부장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는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을 도와 그룹을 국내굴지의 대기업으로 키우는 데 큰 공을 세웠다.

롯데 직원들에게는 롤 모델로 존경받는 롯데 어른이었다. 직원으로 입사, 그룹 부회장으로까지 오른 이 부회장이 70을 바라보는 나이에 죽음을 선택했다는 것은 개인의 불행이고 우리나라 직장인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직접적인 동기를 알 수가 없지만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본지는 2개월여 전 검찰이 롯데그룹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개시할 때 장기화로 인한 경제 악영향과 사회불안을 경계했다.

당시 검찰은 롯데그룹 전반에 대한 압수수색을 강행, 특별한 단서가 있었을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검찰은 2개월여가 지나도록 수사 대상자의 핵심은 찌르지 못하고 있다. 물증 없이 벌이는 수사의 한계라고 하겠다.

이삭줍기나 다름없는 신영자 갑질, 신격호 회장 셋째 부인의 탈세 외에 두드러지게 밝혀진 것이 없다면 검찰수사 성적표는 초라하다고밖에 할 수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검찰은 진경준 게이트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의혹으로 신뢰성이 흔들리는 중이다. 롯데 수사를 ‘전 정권 손보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여기에다 이인원 부회장의 자살까지 덮쳐 검찰의 이미지는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그렇다고 검찰이 롯데수사를 덮어 버릴 수도 없다.

이미 시작했으니 명예롭게 발을 빼야 된다. 그 길만이 신뢰 회복이다. 지나친 성과물 집착은 금물이다.

이미 검찰수사로 롯데는 기업경영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롯데에 미치는 파장은 막대하다.

직원들이 토로하듯 300여명의 임직원들이 400여회 검찰에 불려나가고 핵심직원들이 출국금지 된 상황에서 기업이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하기는 어렵다.

이는 자살한 이인원 부회장도 실토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가 계획했던 프로젝트가 성사되지 못하는 등 기업 경영이 원활하지 못했던 것이다.

여기에다 검찰 수사에서 오는 기업 이미지 실추도 간과할 수가 없다. 롯데는 이래저래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사실 이번 수사는 롯데가 불러들였다. 불투명한 지배구조, 부자·형제 간의 경영권 다툼은 국민을 실망케 했고 재벌에 대한 국민이미지를 실추시켰다.

기업과 국가경제에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개인적 비극까지 초래할 수 있는 상황으로까지 발전시켰다. 여론을 의식치 않은 경영권 다툼이 결국은 기업의 일등공신의 죽음을 불러들였다. 검찰수사 여하에 따라 오너일가의 피해도 클 것이다.

그럼에도 검찰 수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크다. 확실한 물증도 없이 막연한 의혹만으로 대기업을 전 방위 수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잘못된 것은 과감하게 도려내야겠지만 수사를 장기적으로 벌여 기업 활동에 위축이 오게 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는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여기에다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까지 겹쳐 국민은 경제 안보 불안에 휩싸여 있다. 이러한 때일수록 낭보가 쏟아져 국면전환이 필요한데 상황은 녹록지가 않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물증없는 장기 수사 같은 것은 삼가야 된다. 실적에 급급한 수사 관행은 개선돼야 한다. 이인원 부회장의 자살이 던지는 메시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