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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기부하고 떠난 가스통 아저씨
자전거 기부하고 떠난 가스통 아저씨
  • 이준철 기자
  • 승인 2016.08.28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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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파공작원 출신 설동춘씨, 지역사회 봉사활동에 헌신
▲ 자전거 2000대를 기부하고 떠난 故 설동춘씨의 생전 모습.

최근 서울 중구민들은 깊은 슬픔에 빠졌다. 자전거와 사랑에 푹 빠져 중구의 저소득층 주민들과 학생들에게 약 2000여대의 자전거를 기증한 한 구민이 지난 21일 안타깝게 숨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특수임무유공자회 중구지회장을 맡았던 고(故) 설동춘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모임 이름에서 짐작하듯 그는 ‘가스통 아저씨’로 불리기도 한 북파공작원 출신으로, 1951년 금호동에서 태어나 중구 신당동에서 산 중구토박이다.

20살 때 군 입대를 기다리던 중 정보기관 물색조의 감언이설에 속아 강원도로 가 힘들게 훈련받았다. 1976년 군대에서 제대한 설씨 앞에 남은 것은 당국의 감시였다.

70년대 말 중동에 가서 한몫 잡을 수 있었지만 당국의 불허로 중동붐에 승차할 수 없었다.

결국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가게를 하거나 일용직 막일 밖에 없었다.

다행히 그림 그리는 재주가 있어 약수동에서 20년 동안 표구점을 운영했다. 틈틈이 그림을 그려 80년대 중반 현대미술제에서 금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손을 다친 후 표구상을 접고 군에서 배운 것을 살려 구리에서 한강정화특수단을 7년 동안 운영하기도 했다.

그동안 냉대를 받다가 2000년대 들어서야 겨우 명예를 되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본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사회적 논란이 있을 때마다 북파공작원 출신들이 했던 방식 때문에 주민들에게 ‘보수꼴통 가스통 아저씨들’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야 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주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 끝에 자전거를 생각하게 됐다. 하지만 당장 중고 자전거나 부품을 살 수 있는 돈이 없어 중구 관내 공사장을 찾아가 고물을 수집해 팔았다.

처음에는 설씨의 인상 때문에 인근 깡패인 줄 알고 공사인부들에게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진심을 이해한 후부터는 든든한 후원자가 돼줬다.

1주일 내내 허름한 작업복을 입고 열심히 고물을 실어 날랐고, 고물 판 돈으로 자전거 부속과 장비를 구입했다. 서울 변두리 고물상에서는 헌 자전거를 하나둘씩 구입했다. 주택가, 도로변 등에 무단 방치된 폐자전거나 고장난 자전거를 절차에 따라 수거하기도 했다.

구입하거나 수거한 헌 자전거들은 을지로4가 중부시장 인근 콘테이너박스 한켠에서 수리했다. 녹슨 것은 깨끗이 제거한 후 광택을 입혔다.

그렇게 작업한 친환경 자전거 150대를 지난 2009년 7월24일 중구청을 통해 저소득 주민들에게 전달했다. 기증식이 열린 날 눈물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설씨의 눈가에 눈물이 가득했다.

거기서 힘을 얻은 설씨는 또 열심히 일해 다음 해 2010년 7월30일 중구 각 직능단체에 친환경 자전거 180대를 무료 기증했다.

주민들의 반응이 좋자 설씨는 각 학교로도 범위를 늘려 2010년 관내 6개 중·고등학교에 친환경 자전거 43대를 무료로 기증했다.

이 자전거는 각 학교 저소득자녀 학생들에게 제공돼 통학을 위한 친환경 교통수단으로서 사용되고 있다. 이에 대한 보답으로 장충고등학교와 한양공고에서는 설씨에게 감사장을 전달했다.

이런 친환경 녹색운동 실천으로 구청의 도움을 받아 2010년 10월8일 중구 을지로4가에 ‘자전거 무료이용 수리센터’가 문을 열었다.

센터에는 자전거 전문 수리기술을 갖춘 총 10명의 기술자들이 상주하면서 자전거 타이어 펑크, 경정비 등을 무상으로 수리해 주었다.

이처럼 설씨의 활약상이 언론 등에 보도되면서 부정적이었던 북파공작원들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는 계기가 됐고, 대한민국 특수임무유공자회에서는 그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설씨가 기증한 자전거만 총 2000여대에 달한다. 금액으로 따져도 15만원씩 계산해 3억여원에 달하는 양이다.

그러나 고생이 결실을 맺고 있을 무렵인 5년 전부터 설씨는 식도암으로 투병생활을 시작했다.

몸 상태는 더욱 더 나빠졌고, 지난달 11일 중구구민회관에서 열린 친환경 자전거 전달식은 설씨가 마지막으로 참석한 행사가 됐다.

몸을 가누기 힘들면서도 이날 설씨는 120대를 기증했고, 특수임무유공자회 중구지회장 자리도 후배에게 넘겨주었다.

최창식 중구청장은 “겉모습은 곰 같지만 속은 소녀 같은 분이었다. 인정도 많아 그를 만났던 구청 직원들이나 주민들이 다 그를 좋아했다. 자전거로 사랑을 전달한 그의 숭고한 뜻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서울/이준철 기자 jcle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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