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불러온 후진국 감염병 '콜레라'·'식중독'
폭염이 불러온 후진국 감염병 '콜레라'·'식중독'
  • 문경림 기자
  • 승인 2016.08.2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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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로 세균 번식 좋은 환경… 부실 위생도 한 몫
▲ (사진=신아일보DB)

최근 전국 학교와 보건당국이 대표적인 후진국 감염병 중 하나인 콜레라 환자의 발생과 전국 각지에서 발생하는 식중독 사고로 비상이 걸렸다.

유례없는 8월 무더위 속에 세균 번식이 급증하면서 유독 많은 감염병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공중 보건을 위협하고 있다.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19∼22일 서울 부산 등 전국 각지의 학교 9곳에서 727명의 집단 식중독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이들 학교의 학생과 교직원의 대변 등을 검사한 결과 모두 병원성 대장균이 검출됐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원인균이다.

학교가 개학하는 8월 말과 9월 초는 연중 학교 식중독 발생 위험이 가장 큰 시기다. 2011∼2015년 학교 식중독 발생 건수(총 217건)를 월별로 분석한 결과 9월이 31건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올해는 아직 8월이 다 지나지도 않았지만 지난해 여름철 전체 환자(960명)보다 324명(34%) 증가했다.

지난 18일에는 2001년 이후 국내에서는 사라졌던 콜레라 환자까지 발생했다.

광주 거주자로 경남 남해안을 여행하면서 어패류를 섭취한 정모(59)씨가 환자다.

콜레라가 흔히 발생하는 국가들에 비해 한국의 위생상황이 나쁘지 않은 만큼 환자 발생이 유행으로 이어질 우려는 크지 않지만, 그렇다고 집단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에 따라 보건 당국은 "정씨가 방문한 여행지 식당 등을 중심으로 추가적인 콜레라 감염이 없는지 역학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콜레라와 집단 식중독은 모두 무더위에 번식력이 높아지는 세균과 관련이 있다. 올해 무더위가 세균 번식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면서 세균성 감염병 유행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일례로 식중독의 경우 섭씨 36도 무더위에 식재료가 3시간만 노출되면 '황색포도상구균'이 식중독을 일으키는 규모로 증식된다.

미국 농무부(USDA) 자료에 따르면 섭씨 36도 상황에서 식중독을 일으키는 포도상구균 2630마리는 1시간 뒤엔 9300마리, 2시간 뒤에는 5만2000마리로 불었고, 3시간 뒤에는 37만마리까지 늘어났다. 식중독균은 10만마리만 넘기면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기온이 섭씨 1도 오를 때마다 식중독 환자도 6.18%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최근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식품이 그만큼 쉽게 변질하기 쉬운 만큼 철저한 위생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발생하지 않던 콜레라 환자가 나온 것 역시 연일 계속되는 더운 날씨가 원인으로 뽑힌다.

폭염이 음식 속 콜레라균의 번식을 활발하게 했고 바닷물의 온도 상승도 콜레라균의 번식에 우호적이었다는 것이다.

과거 '괴질(怪疾)'이라고도 불린 콜레라는 콜레라균에 오염된 어패류 등 식품이나 오염된 지하수 같은 음용수를 마실 때 감염된다.

주로 상하수도 위생 상태가 열악한 나라에서 많이 발생해 '후진국형 감염병'으로 불리는 콜레라는 보통 2~3일의 잠복기를 거쳐 복통을 동반하지 않는 심한 설사, 탈수 등 증상이 나타나 심하면 사망한다.

우리나라는 공중 보건 위생 상태가 좋아지면서 2001년 이후론 해외에서 감염돼 들어오는 경우는 있어도 국내서 감염된 경우는 없었다.

정기석 질병관리본부장은 "콜레라는 몇천 마리, 몇억 마리의 세균이 체내 들어와야 걸리는데 최근 날이 너무 더워 콜레라균이 짧은 시간에 급격히 번식한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두가지 질병 모두 철저한 위생 관리의 핵심은 손씻기와 익혀먹기, 그리고 제대로된 식재료 관리다.

이에 일각에서는 평소 부실한 위생 관리와 식재료 관리가 이번 감염병 유행 사태를 부른 근본적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합동점검단에 적발된 급식 관련 위반 사례는 모두 677건으로 사실상 식재료 생산부터 유통,학교 소비까지 총체적 문제점이 이미 드러났기 때문이다.

보건 당국은 이같은 지적을 의식한 듯 학교 급식소와 식재료 공급업체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개학철 합동점검을 5일 앞당겨 24일 실시하고, 식중독 발생 후 4시간 이내 원인체를 밝혀내는 체계를 가동하기로 했다.

하지만 식중독 가능성이 충분히 예상됐는데도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뒷북 대책을 내놨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신아일보] 문경림 기자 rg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