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골프는 얼굴로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기자수첩] 골프는 얼굴로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 조재형 기자
  • 승인 2016.08.23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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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년 만에 올림픽에서 부활한 여자 골프에서 박인비(28·KB금융그룹)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시즌 왼손 엄지 부상과 심리적 압박을 이겨내고 따낸 금메달이기에 박 선수에겐 특히 남다르다.

그는 세계 랭킹 1위이자 뉴질랜드 교포인 리디아고를 5차 타로 누르면서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골든 커리어 그랜드 슬램은 통산 4대 메이저 대회 우승에 올림픽 금메달까지 따내는 경우를 말한다.

박 선수는 2007년 LPGA 투어에 입회 2년 만인 2008년 US 오픈에서 최연소(19년11개월6일)로 우승을 차지하면서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당시 그는 SK텔레콤과 메인 스폰서십을 체결했지만 이후 극심한 슬럼프에 시달리면서 2010년 계약이 만료됐다.

잠시 주춤했던 박 선수는 2012년 에비앙 마스터스와 사임다비 말레이시아에서 우승하며 거침없는 질주를 시작했다.

2013년에는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 US여자오픈 등 3개 메이저대회를 연속 우승하는 등 무려 6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했다.

이 같은 활약에도 어떤 이유에선지 국내 스폰서 업체들은 박 선수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박 선수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메인 스폰서 없이 경기에 나가야 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2013년 박 선수가 최고의 기량을 보이고 있던 당시 한 기업은 선수를 실력으로 평가하지 않고 외모를 보고 스폰서십을 결정해 논란이 일었다.

실제로 그 그룹의 임원은 한 선수의 플레이와 외모에 반해 그와 메인스폰서 계약을 맺으라고 지시했다.

이 선수는 미모가 출중해 삼촌팬을 많이 거느리고 있는 것으로 유명했다.

결국 이 기업은 그 선수와 연간 4억원대의 파격적인 메인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

다행히 2013년 5월 박 선수도 KB금융과 메인 스폰서십을 맺었다. 하지만 그의 명성에 비해 뒤늦은 계약이 아니냐는 평가다.

그린 위를 보면 화려한 의상에 짙은 화장까지 연예인 뺨치는 골퍼들로 넘쳐난다.

한 골프전문지의 조사를 봐도 후원사가 선수들 계약금을 책정하는 기준으로 외모(35%)가 가장 높았다. 정작 성적과 실력은 그 뒤로 밀렸다.

골프는 얼굴로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외형적인 화려함이 중요 잣대가 돼선 안 된다.

우리나라의 외모지상주의에도 ‘실력’으로 최정상에 우뚝 선 박인비 선수에게 박수를 보낸다. 

[신아일보] 조재형 기자 grind@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