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 밖 세상] 찜통더위에 전기요금 걱정… 누진제가 무섭다
[렌즈 밖 세상] 찜통더위에 전기요금 걱정… 누진제가 무섭다
  • 신아일보
  • 승인 2016.08.08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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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정 인천 취재본부장

 
덥다. 더워도 너무 덥다.

연일 이어지는 찜통더위에 쉽사리 잠 못 드는 밤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더위에 에어컨이라도 마음껏 틀면 좋겠다만 전기요금 폭탄이 무서워 그것 또한 쉽지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반발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소송도 급증하고 있다. 현재 소송에 참여하는 인원이 2400명을 넘어섰다.

많은 사람들을 분노케 한 이 누진제는 대체 제대로된 제도일까?

현재 한전의 전기요금 누진단계는 총 6단계로 나눠져 있다.

1단계와 6단계의 격차는 11.7배로 세계 주요국가에 비교해도 엄청난 금액이다.

전기요금 누진제는 1972년 도입됐다.

당시 오일쇼크로 인해 주택용 소비를 억제하겠다는 명목하게 만든 제도로 당시 누진율은 1.6배였다.

하지만 현재는 11.7배까지 늘어난 것이다.

40년 전에 만든 낡은 제도가 옭아매고 있는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실례로 가게 일부를 개조해 가정주택으로 사용하는 지인의 경우 스탠드 에어컨 두 대와 정수기, 제습기 등 어마어마한 전기제품을 사용하면서 한 달 부과하는 금액이 10만원 남짓이다.

하지만 기자의 집은 벽걸이 에어컨 한 대에 일반 가정용 전기제품만 사용하고 있으며 심지어 맞벌이 가정으로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는 사람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여름 전기요금이 12~13만원에 달한다.

물론 더욱 아껴 쓸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껴 쓰라고 누진제라는 제도를 만들었다는 것도 알겠다.

하지만 누진제를 만든 지 45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가전제품의 품목은 무수하게 늘었다.

그런 상황에서 구태의연적인 요금 방식으로 국민들의 볼멘소리를 쌓이게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산업용 전기료는 kWh당 81원이다. 가정용은 이보다 조금 저렴한 kWh당 60.7원이다.

하지만 산업용은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요즘 길거리를 지나다보면 냉방 중 개문영업을 하는 상점이 쉽게 눈에 띈다. 분명 불법인데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업주들은 “문을 닫으면 손님이 들어오지 않아 어쩔 수 없다”며 “단속반이 뜨면 손님이 나가면서 열어둔 것이라는 핑계로 닫으면 된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데도 정부는 “현재 전력예비율이 10% 이하로 떨어진 상태”라며 “지금 누진제를 흔들면 사용량이 늘 것”이라는 이유를 들며 누진제 완화를 완강히 거부했다.

한전은 또 현행 전기요금이 저소득층에 유리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복지할인 요금 적용을 제외하면 장애인 가구 등에는 무용지물인 경우가 허다하다.

국민들이 봉인가.

이 무더위에 일반가정에서 전기요금이 무서워 에어컨 리모콘만 쳐다봐야 하는 것인가.

바꿀 것은 바꾸고 손댈 것은 손대야 국민들이 살기 좋은 나라가 되는 것이다.

물론 누진제 완화를 위해서는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다.

하지만 불공평한 방식을 공평하게 바꾼다면 국민들은 분명히 감수할 것이다.

누진제 폐지 또는 완화, 지금 정부가 국민을 위해 해야 할 우선과제이길 바란다. 

/고윤정 신아일보 인천 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