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식’ 정책으로는 불안만 가중
장기적 관점서 합리적 주택정책 마련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다. 수도권을 포함 지방에서 미분양이 두 달 연속 증가하고 있지만 주택 인허가 물량은 오히려 늘어 났고, 꺾일 것 같지 않았던 서울의 전셋값이 내리는 등 경고음들이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2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월 전국 미분양 주택이 6만 가구로 한 달 전에 비해 8.2%, 4500가구 늘었다. 미분양 물량은 지난 3월 5만3000여 가구에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더욱이 올 상반기 주택 인허가 물량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18.4% 늘어났다. 이는 지난 1991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택 공급과잉으로 미분양이 증가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치솟던 서울의 전셋값도 떨어졌다. 서초구, 송파구, 강동구 등에서 새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서 전세수요가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에 하락한 것이라지만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후 7년6개월 만에 처음이다.
전세값이 집값에 육박하기 때문에 ‘역전세난’과 ‘깡통 전세’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부동산 활성화가 경기 회복의 열쇠라고 보고 총부채상환비율(DTI)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 분양가 상한제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유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취득세 인하 등 각종 부양책들을 쏟아냈다. 여기에다 최저 금리시대를 맞아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 불을 붙였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하면서 결과적으로 가계부채만 늘린 꼴이 됐다. 지난달 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을 보면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처음 600조 원에 육박해 이를 반증하고 있다.
가계 빚이 심각할 정도로 급증하자 정부가 다시 부동산 시장 옥죄기에 나섰다.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를 전국으로 확대했고,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와 함께 최근 강남 재건축 시장이 과열양상을 보이자 주택 보증을 서주지 않으면서 분양가 상한제를 부활시켰다.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정책기조가 2년 만에 규제 강화로 선회한 것이다. 규제를 풀었다가 다시 강화하면서 이번 미분양 증가세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주택 공급과잉과 대출 규제가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특히 돈이 될만한 곳에만 분양이 몰리면서 지역별 양극화가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미분양이 늘면 결국 가격하락으로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서 국내 경제에도 영향을 줄 것은 당연하다. 경기 하강 국면까지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 경제를 그나마 버티게 해준 것은 부동산이라 할 수 있다. 국회예산처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부동산 가격이 3.4% 오르면서 양도세 등 관련 세금이 2조3300억원이고, 법인세·부가가치세 등 추가로 얻은 세수는 4조원이 넘었다.
집값 상승이 세금이 잘 걷힌 것에 큰 도움을 주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주택 경기가 꺾이면서 올해 세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다. 즉 세수 감소로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수치도 말이 아니다. 한국은행이 엊그제 발표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보면 2분기 성장률은 0.7%로, 1분기보다 0.2%포인트 올랐지만 지난해 4분기 0.7%를 기록한 이후 3분기 연속 0%대를 성장률 보이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 붙으면서 올해 3분기와 4분기 성장률도 낙관하기 힘들게 됐다.
정부의 ‘오락가락식’ 부동산 정책으로는 불안만 가중시킬 뿐이다.
눈앞만 내다보는 근시안적인 대책보다는 사회정책 측면도 고려한 수요와 공급에 대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합리적인 주택정책이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