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프랑스 성당 신부 잔혹 살해… 테러 공포감 확산
IS, 프랑스 성당 신부 잔혹 살해… 테러 공포감 확산
  • 신혜영 기자
  • 승인 2016.07.2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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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스 테러 이어 12일 만… 19세 살해범 전자발찌 착용 중 범행
IS '종교 전쟁' 유도 전략 가능성… 교황 "터무니없는 폭력 경악"
▲ 프랑스 파리의 레퓌블리크 광장 기념비에 26일(현지시간)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테러범들에게 희생당한 자크 아멜(86) 신부의 추모소가 마련돼 있다.ⓒAFP=연합뉴스

이슬람 무장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가 26일(현지시간) 프랑스 작은 마을의 성당을 공격해 노신부를 잔혹하게 살해하는 '종교 테러'를 감행했다.

앞서 프랑스 니스에서 트럭 테러로 84명의 희생자를 낸 이후 12일 만에 발생한 일이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은 IS가 정신적 상징인 성당을 공격해 미사를 집전하던 사제를 살해했다는 점에서 민간인을 겨냥한 소프트타깃 테러에 이어 '종교 전쟁'으로 전선을 넓히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휩싸였다.

◇ 미사 집전 신부 살해… 테러범 중 1명 19세 IS 조직원

현지 경찰과 언론 등에 따르면 사건이 벌어진 건 이날 오전 9시 43분께 프랑스 북부 루앙시 인근 생테티엔 뒤 루브래 성당에서다.

테러범 2명은 성당에 침입해 자크 아멜(86) 신부와 수녀 2명, 신도 2명 등 5명을 인질로 잡고 위협하다 아멜 신부의 목을 흉기로 그어 살해했다.

이날 인질극은 신고를 받은 경찰 기동대 BRI가 현장에 출동해 밖으로 나오던 범인 2명을 사살하면서 끝났다.

범인들은 성당을 떠나면서 "알라 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는 뜻의 아랍어)"라고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수아 몰랭스 파리 검사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 테러범 2명 중 1명이 아델 케르미슈로 올해 19살이며 두 차례 시리아로 들어가려다 적발돼 전자팔찌로 감시를 받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형과 사촌의 신분증으로 시리아에 들어가려다 독일, 터키에서 체포돼 송환된바 있다.

다른 한 명의 신원은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면서 계속 확인하고 있다고 몰랭스 검사장은 덧붙였다.

프랑스 당국은 케르미슈를 국가안보·테러 관련 요주의 인물등급인 S등급(fiche S)로 분류해 전자발찌를 채워 관리해왔으나, 그는 오전 8시30분부터 4시간 동안 전자발찌가 비활성화되고 외출이 허용되는 틈에 성당 테러를 저질렀다.

프랑스매체 RTL은 평범한 청년이었던 케르미슈가 지난해 1월 샤를리 에브도 테러 이후 인터넷으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과 접촉하기 시작했으며 짧은 기간에 급격히 빠져들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케르미슈는 IS 조직원으로 확인된 같은 지역 출신 막심 오샤르와 접촉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26일(현지시간) 테러를 저지른,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의 생테티엔 뒤 루브래 성당.ⓒEPA=연합뉴스
◇ 교회·성직자도 IS 표적… IS '성전' 과시 움직임

사건 발생 수 시간 만에 현장에 도착한 올랑드 대통령은 이번 사건이 "테러 공격"이라면서 "IS에 충성을 맹세한 범인들이 범행했다"고 밝혔다.

올랑드 대통령은 "우리는 프랑스에 전쟁을 선포한 IS와 맞서고 있다"면서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법을 지키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IS와 전쟁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에르베 모랭 노르망디 주지사는 "아멜 신부는 이 성당에서만 30년을 보냈다"며 "단순히 한 사람이 죽은 게 아니라 미사를 집전하던 신부가 숨진 사건이다"라고 말했다.

IS가 분쟁지역에서 기독교 성직자들을 공격한 적은 있지만 서방에서 기독교 성직자를 직접 겨냥해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체 가디언은 내전에 휩싸이지 않은 프랑스에서 벌어진 이번 공격은 교회가 새로운 전선이 됐고, 성직자들이 이슬람 극단주의의 새로운 타깃이 됐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두 명의 테러범은 자신들의 공격이 십자군 동맹에 저항하는 '성전'으로 보이려 한 정황들도 나오고 있다. 분명히 성당을 테러 목표로 삼은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IS는 인터넷과 각종 선전물에서 IS에 싸우는 국제동맹군을 '십자군 동맹'이라고 일컬어 왔다.

함께 인질로 잡혔던 다니엘 수녀는 RMC 등 프랑스 언론들에 "그들이 신부님을 강제로 무릎 꿇도록 했고 신부님이 방어하는 순간 비극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다니엘 수녀는 "그들은 자신들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했는데 제단 주변에서 아랍어로 설교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이번 테러로 전문가들은 IS가 서방을 겨냥한 테러를 종교 전쟁으로 몰아가기려는 술책을 쓴다는 분석을 제기하기도 했다.

서방을 1000년전 십자군처럼 이슬람과 무슬림을 공격하는 세력으로 묶어 '중동 대 비중동'의 대결이 아닌 '이슬람 대 기독교'식의 종교적 충돌을 유발하려는 것이다.

이런 구도라면 IS는 자신의 역할을 핍박받는 이슬람의 수호자로 치환해 국제적 지탄을 받는 비인권, 비인도적 범죄를 희석할 수 있다.

IS가 로마와 바티칸시티를 공격 표적 1순위로 상습적으로 지목하는 것도 '천주교와 기독교의 본산'이라는 이유에서다.

서방에서 소외당하는 무슬림에게 이슬람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IS의 이런 계략은 이미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 26일(현지시간) 프랑스 의회가 자리한 파리 부르봉 궁이 삼색 국기 색으로 물들여져 있다.ⓒAFP=연합뉴스
◇ 전세계 분노·공포에 휩싸여… "소름끼치는 테러"

교황청은 이처럼 이번 사건이 자칫 종교적 대립 감정을 자극할 가능성을 우려한 듯 절제된 성명을 냈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이번 사건을 접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터무니없는 폭력에 고통스러워 하고 경악했으며 희생된 이들을 위해 기도하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롬바르디 대변인은 "신성한 장소인 성당에서 사제가 살해되는 끔찍한 폭력이 저질러졌기 때문에 더 고통스럽다"며 "최근 일어난 사건에 더해 커다란 고통과 함께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엔다 케니 아일랜드 총리는 이날 프랑스 국민에게 애도를 전하면서 "수 세기 동안 교회는 언제나 신성한 곳이었기 때문에 이번 테러는 더 잔혹한 범죄다"라며 "신자들은 정신적으로 충만해 있고 육체적으로 무방비 상태일 때 공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케니 총리는 이날 영국을 방문해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를 만나고 있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도 "끔찍하고 소름 끼치는 테러"라며 프랑스 국민에게 애도를 전했다.

미국 백악관은 네드 프라이스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내어 프랑스 성당 테러를 강한 어조로 규탄했다.

백악관은 "미국은 프랑스 노르망디 성당에서 발생한 끔찍한 테러를 강력하게 비난한다"면서 "피살된 아멜 신부의 친구와 가족에게 위로를 보내고 생테티엔 뒤 루브래 성당 신자들과 함께 다른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프랑스와 미국은 종교의 자유를 보호하겠다는 책무를 공유한다"면서 "프랑스 수사 당국의 신속하고 결단력 있는 대응을 높게 평가하고 앞으로 진행될 수사도 돕겠다"고 덧붙였다.

폴란드 크라코프에서 열린 젊은 기독교인들의 국제 모임에 참석중이던 도미니크 레브런 루앙 대주교는 성명을 통해 "교회는 기도와 화합 이외 다른 무기들이 없다"면서 "나는 진정한 인간애의 미래인 이들 젊은이를 남겨 두고 여기를 떠날 것이다. 이들이 이런 폭력에 포기하지 말고 사랑의 문명화를 전도하는 사제가 될 것을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신아일보] 신혜영 기자 hyshi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