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가축폐사·열사병 속출… "내일은 정말 비올까?"
폭염에 가축폐사·열사병 속출… "내일은 정말 비올까?"
  • 박민선·전호정 기자
  • 승인 2016.07.26 19: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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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더위 피해 잇따라… 전력수요는 이틀연속 여름최고치 경신
기상청, 27일부터 전국 곳곳 비 예보… 남부지방은 무더위 지속

연일 계속되는 찜통더위로 온열 질환자가 발생하고 가축이 더위에 폐사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또 무더위에 전력 사용이 폭증하면서 이틀 연속으로 여름철 최고전력수요 기록이 경신됐다.

이런 가운데 기상청은 27일부터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전국 곳곳에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해 더위가 한풀 꺾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광주 북구청 앞 광장 화단에 구청 직원이 물을 뿌리고 있다.
◇ '체온 40℃' 죽음 부르는 열사병

질병관리본부가 운영하는 온열질환감시체계에 접수된 신고에 따르면 지난 5월23일부터 7월24일까지 전국에서 총 539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이중 5명이 사망했다.

작년 비슷한 시기에 298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사망자가 없었던 것에 비해 그 숫자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지난 25일 오후 5시 20분께 경남 남해군 고현면에서는 자신의 밭에서 콩대를 뽑는 일을 하던 박모(97) 할머니가 열사병 증상으로 숨졌다.

발견 당시 숨진 박 할머니 체온은 40.5도에 달했다.

전날 오후 3시 45분께 전남 화순군 동면 논에서 일하던 이모(56)씨가, 경북 김천에 사는 A(62)씨는 지난달 23일 오후 4시께 공장 옆 인도에 쓰러져 의식 불명 상태에서 이틀간 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숨졌다.

앞서 지난달 18일 오전 11시 15분께 광주 북구 일곡동에서 텃밭을 일구던 임모(83·여)씨도 열사병 증상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지난 8일 오후 5시께 경북 의성군에 사는 주민 B(89)씨가 자기 밭에서 일하다 역시 온열 질환으로 숨졌다.

이 외 지역에서도 어지러움이나 열탈진 등 온열질환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지만, 다행히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 24일 오후 3시 30분께 전남 나주시 금계동에서는 90살 여성이 폭염으로 탈진했고, 오후 5시 50분께는 광양시 진상면에서 60살 남성이 밭일을 하다 기력을 잃고 쓰러지기도 했다.

▲ 충남 홍성의 한 돼지농장 관계자가 돼지들에게 얼음이 든 사료를 먹이고 있다.
◇ 축산농가 가축 폐사 '속수무책'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폐사하는 가축도 급증하고 있다.

NH농협손해보험이 가축재해보험에 접수된 폭염 피해 사례를 분석한 결과 25일까지 폐사한 닭·오리·돼지는 134만1820마리로 집계됐다.

모든 농가가 가축재해보험에 가입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 폐사한 가축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축재해보험에 접수되는 폐사 가축의 수는 보상 범위에 폭염특약이 추가된 2012년 이후 가장 많았던 지난해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피해는 가축 종류별로는 닭·오리 등 가금류에, 지역별로는 충남·전북 지역에 집중됐다.

폐사한 닭이 131만2534마리로 가장 많고, 오리가 2만8000마리였다. 돼지는 1286마리로 집계됐다.

전북 지역에서 가장 많은 60만1136마리의 폐사가 접수됐고, 다음으로 충남(21만5288마리), 전남(19만5286마리), 경기(12만7546마리) 등 지역의 피해가 컸다.

축산농가들은 뜨겁게 달궈진 축사의 온도를 단 1도라도 낮추기 위해 선풍기와 에어컨을 동원하는 것은 물론 체력이 바닥 난 가축들에게는 영양식까지 먹여가며 전쟁을 치르고 있다.

▲ 경기도 수원시 한국전력공사 경기지역본부에서 관계자들이 전력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 전력사용 급증… 과부하로 화재도

이처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자 밤낮 가리지 않고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틀고 사는 사람들이 늘면서 전력 사용량은 급증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6일 오후 3시 전력수요가 8111만㎾를 기록, 지난 11·15일에 이어 올여름 세 번째 여름철 사상 최대전력을 경신했다.

여름철 최고전력수요가 8000만㎾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예비력은 781만㎾(9.6%)로 유지돼 안정적인 전력수급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산업부는 최고조 때라도 예비율 12% 선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원전 등의 발전소에 문제가 생긴다든지 또 전력 사용치가 예상 범위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어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냉방기기 사용증가에 따른 전력사용 증가로 과부화된 변압기에 불이 나기도 했다.

지난 24일 오후 9시21분쯤 서울 강북구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지하 배전반의 변압기에 불이 나 10분만에 진화됐지만 14개동 단지 전체가 정전돼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화재의 원인은 변압기 과부화였다.

▲ 대구시 중구 동인동 종각네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한 시민이 소나기가 내리자 비를 맞고 있다.
◇ "내일부터 비"… 전국 곳곳 폭염주의보 해제

다행히 중복인 27일부터는 전국 곳곳에 비가 내려 잠시 동안이나마 더위가 일부 가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오보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기상청의 일기예보가 적중할지는 미지수다.

또한 기상청은 비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는 1∼2도가량 기온이 내려갈 것으로 예보했지만, 남부지방 등은 일시적 하강에 그쳐 당분간 무더위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상청에 따르면 27일 북한에서 남하하는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중부지방은 대체로 흐리고 서울·경기북부 지역은 새벽부터 비가 내리겠다.

장마전선은 오전에 중부지방, 밤엔 전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그밖의 남부지방은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들어 가끔 구름이 많고 오후에 소나기가 오는 곳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27일부터 28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중부지방·전라서해안·서해5도 10~50mm △그밖의 남부지방·제주도 5~30mm △북한 30~80mm 등이다.

장맛비로 중복더위는 주춤할 예정이다. 다만 전북을 제외한 남부지방은 간간이 소나기가 내리기만 해 찜통더위가 이어질 전망이다.

수도권기상청은 26일 오후 7시를 기해 경기도 21개 시·군에 내려진 폭염주의보를 해제했다.

대전지방기상청도 같은 시간 대전·세종·충남 지역에 내렸던 폭염주의보를 모두 해제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내일 서해안과 내륙에는 바람이 약간 강하게 불고,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가 치는 곳이 있겠으니 시설물 관리에 유의해 달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박민선·전호정 기자 mspark@shinailbo.co.kr, jhj@shinailbo.co.kr
[사진제공=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