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퇴 탐지견에 대한 예우가 필요하다
[기자수첩] 은퇴 탐지견에 대한 예우가 필요하다
  • 조재형 기자
  • 승인 2016.07.26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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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공항과 항만 등 마약탐지 현장에서 몸을 바치고 은퇴한 탐지견에 대한 예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관세청은 불용 탐지견 13마리에 대한 처분 절차를 진행 중이다. 마약 적발에 평생을 바친 탐지견들을 반려견으로 제2의 삶을 살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들을 데려갈 주인들은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관세청은 나이가 들었거나 탐지견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져 더 이상 관세청에서 관리할 수 없는 탐지견에 대해 57만5000∼90만원의 값을 받고 입찰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유기견 등을 분양할 때는 직접 양육할 목적이 아닌 상업적인 목적으로 접근하는 업자들을 경계하기 위해 10만원 내외의 ‘양육책임비’를 받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특히 개의 수명이 10~15년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상식적으로도 수명이 다해 가는 개를 비싸게 주고 데려와서 정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없을 것이다.

관세청은 기간 내 적당한 인수 대상이 나타나지 않자 재공고 했지만 별다른 소식이 없었다.

결국 이달 들어 무상 증여로 방침을 바꿔 지난 13일 4번째 공고를 올린 끝에 일부 신청을 받아 심사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탐지견이 되려면 관세국경관리연수원 탐지견훈련센터에서 매우 엄격한 훈련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절반이 넘는 개가 훈련을 통과하지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탐지견이 된 이후에도 마약에 익숙해지도록 최소 하루 1회 탐지 훈련도 이뤄지고 사후 평가도 1년 단위로 반복된다.

이에 따라 탐지견들은 현장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4~5살 정도에 은퇴하게 되며 뛰어난 성과를 보이는 경우엔 10살이 넘도록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탐지견들은 고된 훈련과 스트레스로 보통 개들보다 수명이 3년은 짧다고 전해진다.

현재 새로운 주인을 만나지 못한 은퇴견들은 수명이 다할 때까지 훈련센터에서 남은 생을 보내고 있다.

국가에 헌신한 이 견공들이 새 가족을 만나 여생을 행복히 보내게 하기 위해선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먼저 은퇴한 탐지견만 따로 관리하는 보호센터를 마련해야 한다.

10년 넘는 기간 동안 나라를 위해 희생한 탐지견들을 위해 적절한 대우가 있어야 한다.

또 은퇴한 탐지견을 입양한 주인에게 개가 노화됨에 따른 치료비를 지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정부는 나라를 위해 헌신한 견공들을 예우해 ‘토사구팽(兎死狗烹)’이라는 불명예를 얻지 않길 바란다. 

[신아일보] 조재형 기자 grind@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