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저질스러운 중국 외무장관의 남북한 다루기
[사설] 저질스러운 중국 외무장관의 남북한 다루기
  • 신아일보
  • 승인 2016.07.2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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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리용호 마중까지 나가며
윤병세 장관 푸대접은 모욕적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라오스 비엔티안의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보인 행태는 저질스럽고 외교무대에서 해서는 안 될 무례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윤병세 외교부장관의 발언에 딴전을 피우고 면박을 주기까지 했다는 것은 치욕을 안긴 것이다.

반면에 왕이 부장은 리용호 북한 외무상에게는 스킨십을 갖는 등 낯간지러울 정도로 다정스러운 모습을 연출,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한국에 대해서는 불편한 현안에 대한 감정 표현이겠지만 기자들 앞에서 이러한 모습을 연출했다는 것은 마치 어린이들 상대로 연극을 하는 것 같은 수준 이하라 하겠다.

한국을 가볍게 보고 있다고 해도 그 나라의 위신을 지켜 주는 것이 외교 무대에서의 관례라면 중국의 이번 행태는 이해하기 어렵다.

남북한 외교장관을 접견하는 모습을 전한 외신 등에 따르면 왕이 부장은 회담장에 도착한 리 외상을 직접 맞이하러 나왔다.

의전상 파격적인 예우를 한 것이다. 각국 취재진 10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왕 부장은 환한 표정으로 리외상과 악수한 뒤 등에 손을 올리며 정다운 모습으로 회담장 안으로 들어갔다.

특히 북·중은 이날 비공개 회담 일부를 언론에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그동안 철저히 막던 한국 기자의 취재도 허용했다.

왕 부장은 이 자리에서 지난 5월 외무상에 오른 리 외상에게 취임 축하의 뜻을 전하며 “중·조 관계 발전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할 용의가 있다. 중·조 관계를 비롯한 공동 관심사에 대해서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하려 한다”고 말했다.

리 외상은 “(지난 11일 북·중 우호조약 체결 55주년을 맞아) 축전 보내주신 것 감사히 받았다”며 “조·중 친선을 위해 앞으로 적극 협력하는 외교 관계를 맺고 싶다”고 했다.

일견 북한과 중국이 밀월관계에 접어든 듯한 분위기를 연출, 취재진에게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바로 전날 이뤄진 한중 외교장관 회담은 북 중 회담과 딴판이었다.

왕이 부장은 중국 대표단 숙소가 있는 비엔티안 돈찬팰리스호텔 14층으로 윤병세 외교장관을 비롯한 우리 대표단을 불렀다. 고압적인 모습이다.

왕 부장은 한국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 번도 끊지 않고 작심한 듯 속사포같이 하고 싶었던 말을 쏟아냈다.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최근 한국 측의 행위는 쌍방의 신뢰의 기초를 손해(훼손)시켰다. 이에 대해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일갈했다.

통상 양자회담에서 의례적이고 호의적인 인사말을 주고받는 외교관례를 무시하고 왕 부장은 상대방 국가 언론이 지켜보는 공개 장소에서 하고 싶은 말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다.

윤병세 외교장관이 중국 고사성어까지 인용하며 “사드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핵해결이 우선”이라고 응수했지만 왕이 부장은 들은 척도 안 했다.

개인 자격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대표해 회담에 참석한 외교장관에게 이런 무례를 저질렀다는 것은 용납할 수가 없다.

중국의 이번 외교무대에서의 행태는 저질스럽고 무례하기 짝이 없다. 대국답지 않은 처신이다.

반면 중국이 북한에 대해 파격적인 우호를 보인 것은 한국에 대해 경고를 한 것이라고 볼 수가 있다. 우리가 미국에 경사된 것을 꼬집고 자신들의 입장(남중국해)을 지지해달라는 의미가 크다.

사실 북한에 대해 중국이 얻을 것은 별로 없다. 더군다나 북한은 김정은 까지도 제재 대상이 된 안보리 제재와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다.

북한은 고립무원의 경지에 처해 있다. 이러한 북한에 호의적인 제스춰를 쓰는 것은 오로지 한국을 자극하겠다는 것 밖에 없다.

유치하기 이를 데 없다. 3류 신파극을 보는 듯하다. 중국의 대승적인 자세 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