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외교장관, '사드' 기싸움… 中 “신뢰 훼손” 반발
한중 외교장관, '사드' 기싸움… 中 “신뢰 훼손” 반발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6.07.25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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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사드배치 중단 요구… 韓 “제3국 겨냥하지 않았다” 강조

▲ 윤병세 외교장관이 25일 오전(한국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돈찬팰리스호텔에서 열린 중국과의 양자회담에서 왕이 외교부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24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개최됐다.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결정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예상대로 사드 문제를 놓고 양국이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특히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최근 한국 측의 행위는 쌍방의 호상(상호) 신뢰의 기초에 해를 입혔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한국 측의 실질적인 행동으로 우리 사이의 식지 않은 관계를 수호하기 위해 어떤 실질적 행동을 취할 것인지 들어보려고 한다”며 사실상 사드배치 중단을 요구했다.

중국 측에서 우리 측의 실질적 행동을 언급하면서 우리 정부가 계획대로 사드 배치를 진행할 경우 중국과의 외교관계에 파장이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양국은 당초 회의 첫머리 발언을 공개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그러나 회담 직전 중국 측의 요구로 한중 취재진에 취재가 허용됐다.

이를 두고 외교 전문가들은 중국 측이 사드 이슈를 부각하고 싶은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보고 있다.

회담에서 우리 측의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사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국가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자위적 방어조치"라며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책임 있는 정부로서 당연히 해야 할 조치를 한 것이며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윤 장관의 발언을 듣던 왕 부장이 불만이 있는 듯 손사래를 치는 모습이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윤 장관은 최근 양국 관계가 어려움 속에 있기는 하지만 극복하지 못할 사안들이 아니라고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윤 장관은 고사성어까지 곁들여 가며 사드배치의 불가피성을 피력했다.

그는 “‘장작불을 빼면 물을 식힐 수 있고, 풀을 뽑아 없애려면 그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뜻의 ‘추신지불(抽薪止沸), 전초제근(剪草除根)’을 인용해 근본적 문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자위적인 방어조치며 제3국을 겨냥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사드 배치로 한중관계가 갈등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왕 부장은 물론, 윤 장관 역시 한중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해 관계 이 같은 인식이 관계악화를 막을 완충재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주목되고 있다.

왕 부장은 한중관계에 대해 “식지 않은 관계”라고 표현했고, 윤 장관은 “(박근혜 정부 들어) 지난 3년 반 동안 양국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은 수준의 관계발전을 이룩했다”고 표현했다.

특히 윤 장관은 “‘봉산개도 우수탑교(逢山開道 遇水搭橋·산을 만나면 길을 트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다)’라는 말로 양국관계 도전을 극복해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한편 이날 회담에서 중국 측의 북한 비핵화와 대북제재 이행 의지를 재확인 것은 성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 측이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하고, 안보리 대북결의 2270호의 엄격한 이행 의지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중국 측의 이 같은 언급이 단순히 립서비스에 그칠지, 아니면 AFR 외교장관회의 의장성명 등 이번 아세안 관련 연쇄 외교장관회의 결과물에 실제 반영되는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신아일보] 이은지 기자 ej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