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 밖 세상] 지진에 대한 정부의 ‘근자감’
[렌즈 밖 세상] 지진에 대한 정부의 ‘근자감’
  • 신아일보
  • 승인 2016.07.1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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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영 경남취재본부장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한 지난 5일, 진앙지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던 울산시민들은 그야말로 패닉이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심한 진동을 느낀 많은 시민들은 건물 밖으로 황급히 뛰쳐나오긴 했지만 그게 다였다.

지진에 대한 정확한 대피·대처 요령을 몰라 우왕좌왕하며 주위를 살피거나, 119 등에 전화해 상황을 파악하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지진 규모에 대한 정보가 시민에게 전달되지 않은 것도 혼란을 불러일으킨 원인이 됐다.

지진이 발생하고 국민안전처가 발송한 긴급 재난 문자는 지진 발생 후 약 17분 뒤에 도착했다. 그마저도 날짜를 잘못 기입해 다시 6분 뒤 정정해 보내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행히 지진 여파가 약해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번 소동으로 국내 지진 대응이 얼마나 허술한지 드러났다.

지진이 날 때마다 정부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판에 박힌 구호를 외친다.

“한반도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그러나 정작 정부 부처에서 유일하게 지진 업무를 담당하는 지진방재과의 올해 예산은 10억4700만원뿐이다.

이마저도 국가 재난관리 정보 시스템과 관련한 프로그램을 유지·운영하는 고정비용(8억원)을 빼면 순수한 지진 대응 연구개발(R&D) 예산은 고작 2억4000만여원이다.

정부가 지진에 대해 얼마나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 중에 하나다.

자연현상은 막을 수가 없다. 그렇기에 오로지 철저한 대응책을 통해 2차 재해의 발생을 막고 피해 규모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지금같이 지진에 대한 대비가 미흡한 시점에 도심에서 지진이 발생하기라도 한다면 분명히 생각보다 더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관계 당국은 공공시설물에 대한 내진대책을 보다 강력하게 시행해야 한다.

원자력발전의 경우 피해가 발생할 경우 방사성 물질이 누출될 수 있다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 그 어떤 구조물이나 설비보다 더욱 튼튼하고 정밀한 시공이 요구된다.

원전이 위치한 지역 등 각 지자체의 특성에 맞는 지진방재대책을 수립하고, 고층 건물 등을 비롯한 각 상황별 안전매뉴얼도 필히 마련돼야 한다.

이와 함께 지진은 예방한다고 해서 100% 피해를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이후 발생할 이재민 대책 등 사후 문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국민들에게는 평소 지진 및 재난대비 요령을 숙지할 수 있도록 상시교육과 반복 훈련을 실시해 재해·재난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경제부흥과 함께 내걸었던 국정과제 2대 중심축 가운데 하나가 ‘국민이 행복하고 국민이 안전한 대한민국 만들기’다.

정부는 국정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최소한의 노력부터라도 실행으로 옮겨야 할 시점이다.

국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는데 정부만 “괜찮다”라고 하는 것은 분명 모순이다. 요즘 젊은 세대의 용어로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에 지나지 않는다.

이웃나라 일본만 봐도 지진이 얼마나 무서운 자연재해인지 알 수 있다. 또 다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