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내가 부러워하는 것은
[독자투고] 내가 부러워하는 것은
  • 신아일보
  • 승인 2016.07.1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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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 동두천시 여성청소년과 여성가족팀장

 
풍연심(風煙心)이란 말이 있다. ‘바람은 마음을 부러워한다’는 뜻이다. 옛날 전설의 동물 중에 발이 하나밖에 없는 기(夔)라는 동물은 발이 100여개나 되는 지네를 몹시도 부러워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네는 발이 없어도 잘 가는 뱀을 부러워했으며, 뱀은 움직이지 않고도 멀리 갈 수 있는 바람을, 바람은 가만히 있어도 어디든 볼 수 있는 눈(目)을 부러워했다. 또한 눈은 보지 않고도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고 어디든지 갈 수 있는 마음(心)을 부러워했다.

이에 바람이 마음에게 물었다. “당신은 무엇이 세상에서 제일 부럽습니까?” 마음은 의외로 가장 부러워하는 것은 전설의 동물인 외발 달린 기(夔)라고 답했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어쩌면 본인이 가진 것은 하찮게 생각하고 상대방의 가진 것을 부러워하는지도 모른다. 또 상대방의 지위, 부(富)와 권력을 부러워하고 상대방의 잘 생긴 외모를 부러워하면서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며칠 전 ‘수심 20m, 아버지의 바다’라는 TV 다큐멘터리를 봤다. 10여 년 전 주인공은 이십대 중반의 나이에 바다 속에서 작업하던 중 잠수병을 얻게 된다. 그 무렵 나이 드신 부모님을 위해 새 집을 지어 드리려고 목돈을 벌 수 있는 잠수부 일을 무리하게 한 것이 장애를 갖게 되는 결과가 됐다고 한다.

20대 젊은 나이에 잠수병으로 두 다리를 잃은 고통은 그를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들게 했으며 많은 방황 속에서 고독한 삶의 무게를 견뎌내야 했다. 그러나 육지에서 걸을 수 없는 그는 다시 바다를 선택했다.

아버지와 형님의 등에 업혀 집에서 배로 이동할 때는 앉아서 잠수복을 입지만 바다에 입수하면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 자신이 살아 있음을 다시 느끼게 됐다고 한다.

비록, 육지에서는 불편한 몸이라 할지라도 바다 속에서는 다치기 전과 똑같은 자유를 얻을 수 있어 다시 우리들의 아버지와 아버지들이 그랬던 것처럼 깊은 바다를 선택한 것이다.

깊고 깊은 바다 속에서 홀로 하는 작업이지만 삶과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가는 주인공은 “이렇게라도 다시 바다에서 일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하면서 그야말로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 하나만으로 이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진 것이라고 말했다.

“저승에서 벌어 이승에서 쓴다”는 옛 어르신들의 말처럼 매사 자신의 생명을 걸고 오늘도 바다로 출근하는 강원도 고성의 잠수부를 보며, 오히려 부럽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삶에 정정당당히 맞서는 그 태도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지금 느끼는 세상의 고통이 어쩌면 매사 만족할 줄 모르는 이기심과 틀에 짜인 완벽한 행복만을 부러워하기 때문이 아닐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김영미 동두천시 여성청소년과 여성가족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