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앞에 다짐했던 초심 잊지 말자
민의 받들어 협치·상생의 정치 구현
최근 국회를 보면 ‘그 나물에 그 밥’이란 표현밖에 생각이 나질 않는다.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지난 5일 개최된 임시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보여준 20대 국회의 모습이 그렇다.
이날 임시국회는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이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영남 편중 인사 문제를 추궁하면서 불거진 사태로 여야 의원들이 막말과 야유에 삿대질까지 하며 충돌, 결국 개의 1시간40여분 만에 본회의가 정회됐다.
김 의원의 유감 표명 이후 3시간여 만에 다시 정상화됐지만 지켜보는 국민들은 씁쓸하기만 했다. 국회가 혁신은 고사하고 또 다시 구태를 반복해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20대 국회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의 리베이트 의혹이 불거지더니 이어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딸을 비롯해 동생, 오빠, 남편 등을 비서관과 인턴 등으로 채용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여기서 끝날 줄 알았지만 10여명의 다른 의원들도 친인척을 채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회로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또 얼마 전에는 더민주 조응천 의원이 ‘명예훼손 논란’으로 물의를 빚었다. 조 의원은 대법원 양형위원을 성추행범으로 잘못 몰아세웠다. 나중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면서 사과는 했지만 ‘면책특권 남용’ 과 ‘표적 폭로’ 의혹이 불거졌다.
초선 의원으로 국회 흐름을 잘 몰라서 저지른 행동으로 치부했지만 거기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아니면 말고 식’의 네거티브 공격은 여야간 불협 화음만 파생되지 국회 운영에 전혀 도움이 되질 못한다.
더이상 근거 없는 폭로전이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그에 따른 정치적 책임을 지게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최근 여야가 의원면책특권을 폐기할 뜻을 비쳤다. 하지만 현재 흘러가는 상황을보면 이 이유 저 이유를 들어가면서 실제로 이행하지 않을 것은 뻔해 보인다.
그러나 국회가 바뀌지 않고서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길은 요원할 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난 총선의 준엄한 민심의 판단이 그것을 증명하지 않았는가.
시대적 흐름과 국민들 열망에 따라 여야 각당이 상생의 정치를 구현할 것을 요구받았다. 민의를 받들어 협치와 상생의 정치로 새로운 국회상을 정립해나가길 기대한다.
앞으로도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기간 연장 문제와 청와대 서별관회의, 법조비리 사건, 맞춤형 보육 문제 등 민감한 이슈들이 많아 여야가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여야는 일하는 국회를 기치로 ‘협치’를 내세우며 새로운 국회를 만들겠다고 국민 앞에 다짐했던 초심을 잊지 말기 바란다.
국내외적 상황이 불확실하다. 지금은 경제·민생 문제를 위해 초당적으로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특히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특권내려놓기’를 포함해 더 과감한 자체 개혁 방안을 내놔야 한다. 뼈를 깎는 혁신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뜻이다.
앞선 19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라는 오점을 남겼다. 20대 국회도 이런식으로 구태를 재현한다면 19대와 별반 다르지 않는 낙제점 수준을 벗어나질 못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