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 밖 세상] 생리대 가격 논란, 품질은 그대로 거품만 빠져야
[렌즈 밖 세상] 생리대 가격 논란, 품질은 그대로 거품만 빠져야
  • 신아일보
  • 승인 2016.07.04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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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라 편집국 팀장

 
요즘 온라인이나 지면뉴스를 통해 거리낌없이 볼 수 있는 단어가 바로 ‘생리대’이다.

철통보안과도 같던 여자들만의 속얘기로 치부했던 생리라는 단어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남녀노소 쓰게 되고, 심지어 뉴스에서도 쉽게 만나게 될 줄은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생각지못했던 일이었다.

한 언론사 온라인뉴스팀에서 시작된 ‘깔창 생리대’는 전국민들을 놀라게 하고 마음 아프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다가 알게된 놀라운 이야기가 있었으니 현재 누구와 살고 있는지가 어린 학생들에게 생리대를 살 수 있는지와 살 수 없는지를 구분하는 경계와도 같다는 이야기를 접하게 됐다.

며칠 전 쉬는 날 동네 놀이터에서 아이와 놀고 있었는데 고등학생 1학년 두 명이 옆 벤치에 앉아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에 아줌마답게 귀가 기울여졌고 살포시 그들의 대화에 끼게 된 나는 실로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었다.

그 학생들의 주제는 바로 ‘생리대’였다. 같은 반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나누던 중 내가 다가가니 너무나도 경계하던 모습을 보였다.

“아줌마는 상상이 안 돼서 그래. 내가 학교 다닐 때는 그런 친구가 없었거든. 근데 이번에 뉴스를 보고 너무 놀랐어. 실제로 너희가 그런 일을 본 적이 있니?”라고 묻자 조금 경계를 푼 듯한 말투로 차분하게 대답했다.

“모든 저소득층이 그런게 아니고 누구랑 살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거 같아요. 저희반에 엄마아빠가 이혼하셔서 할머니랑 둘이 사는 애가 있는데 그 할머니는 돈 아깝다고 수건을 접어서 쓰랬대요. 친구는 그게 너무 수치스러워서 학교에 오기 싫댔구요. 1학년 때 한번은 진짜 수건을 대고 왔는데 체육시간에 피구하다가 체육복에 다 묻었대요. 공학인데 남자애들이 막 소리를 질렀고 그 친구는 엄청 울면서 조퇴를 했어요. 근데 저희는 수건을 썼다고는 상상도 못 했죠. 그냥 양이 많아서 그랬나보다 했는데 나중에 친해진 뒤에 고민이라면서 말을 하더라구요. 지금은 저희 엄마한테 말해서 그 친구 생리대는 제가 다 대줘요. 엄마가 그러랬어요.”

그 말을 듣고나니 얼굴도 모를 이 친구의 어머니께 감사함과 동시에 그 친구의 할머니께 살짝 원망이 들기도 했다. 그러고보니 할머니 시대에는 생리대라는 문명이 없었기에 수건으로 해결하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다.

사실 생리대는 여성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생필품이다. 그런데 생필품의 가격치고는 상당히 비싸다고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순면이다, 한방이다, 통풍이 잘된다 등의 장점을 늘어놓고 적게는 두 배에서 많게는 몇 배의 가격을 받기도 한다. 또한 마트나 홈쇼핑에서 대량구매하면 저렴해지지만 정작 한 팩씩 사서 쓰는 중고생들이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이다.

이를 테면 편의점에서는 3~4개들이 생리대를 2000원가량에 판매하고 있다. 한 개당 500원 꼴이라는 것인데 아기 기저귀보다도 값비싼 몸값을 자랑하게 된다.

대량구매해서 저렴하게 안 사고 싶은 사람이 어딨겠냐만 상황이 안 되는 어린 친구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이번 논란이 일자 생리대 제조사는 중저가 생리대를 출시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격이 낮아지면 품질도 낮아질 것이다.

남자들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생리대의 품질에 대해 깊이있게 의논하고 결정해야 할 것이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품질을 낮춰 말 못 하는 2차적인 고통을 호소하게 된다면 그것은 분명 ‘장삿속’이 돼버릴 것이다.

대한민국 여자 어른으로서 목소리를 내자면 단언컨대 현재 출시되는 수많은 제품들의 가격은 정말 비싸다. 그 품질 그대로 가격 거품만 빼서 모두가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저소득층 지원이랍시고 한창 크는 아이들에게 생리대 한 박스씩 나눠주고 기부단체의 로고를 크게 부착해 억지 기념사진 촬영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고아라 편집국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