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영방송 압박해 ‘언론자유’ 위배하는 靑 홍보수석
[기자수첩] 공영방송 압박해 ‘언론자유’ 위배하는 靑 홍보수석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6.07.03 17: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이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해경 비판 보도에 항의하는 녹취록이 공개됐다.

이 전 수석은 참사 뒤 며칠이 지나고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이 하필 오늘 KBS를 봤다”, “의도가 있어보인다”, “뉴스편집에서 빼 달라”, “다시 만들어 달라”며 기사를 빼거나 내용을 바꿔달라고 편집에 개입했다.

녹취록 대부분은 이 전 수석이 말하는 내용으로 채워져있다.

간간히 욕설도 튀어나오고 애걸복걸하는 모습에서 다급함이 느껴진다.

이를 보면 청와대와 정부가 참사의 책임이 해경 등 정부 쪽으로 번지는 것을 막으려 얼마나 결사적이었는지 알 수 있다.

‘박근혜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위해 언론까지 통제하려 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국경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2016 세계 언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은 70위다.

한국의 언론자유 지수는 노무현 정부시절인 2006년 31위로 최고점을 찍었다가 이명박 정권 때인 2009년 69위까지 추락했다. 그러더니 이번엔 최하위 기록을 갈아치웠다.

참으로 부끄럽지만 이번 ‘이정현 녹취록’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을 듣고, 보고있노라면 70점도 후한 게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은 1일 국회에 출석해 이에대한 질문을 받고 “이정현 당시 홍보수석이 뉴스를 보고 얘기했던 것은 홍보수석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 협조를 요청했던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고 답했다.

이 실장 답변대로라면 지금도 청와대 홍보수석은 언론보도에 ‘본연 임무에 충실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말이다.

방송법 제4조 2항에는 ‘누구든지 방송 편성에 관해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돼있다.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를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나 다름없다.

홍보수석의 임무 중에는 언론 보도에 대한 청와대의 의견을 언론에 전하는 일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단순한 의견전달이 아닌, 무엇을 빼고 바꾸라는 외압이 있다면 곤란하다.

KBS 사장은 KBS 이사회가 임명한다. 그 KBS 이사 11명 중에는 여당 측 추천 인사가 7명이나 된다.

이런 구조 자체가 청와대가 언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는 정권이 방송편성 및 편집에 함부로 개입하지 못하도록 지배구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더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하지 말라.

이번 사태를 흐지부지 넘기려 한다면 국민적 분노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ga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