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스카이프 협박 사기와 김해 신공항
[칼럼] 스카이프 협박 사기와 김해 신공항
  • 신아일보
  • 승인 2016.06.3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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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범 맥신코리아 대표

 
스카이프 협박 사기는 몸캠피싱·몸캠피씽·몸또(Sextortion)로 불리는 신종 사이버범죄이다.

주로 랜덤채팅앱을 통해 알게 된 미모의 여성(실제는 남자)과 스카이프·라인 영상통화를 하다가 범죄의 덫에 걸려든다.

가짜 여성은 피해자에게 음란한 행위를 유도하고 이는 고스란히 녹화된다. 동시에 스마트폰 주소록을 해킹해 본격적으로 협박이 시작된다.

사기범은 돈을 주지 않으면 음란동영상을 해킹한 주소록으로 전송한다고 협박하고, 이를 거절하면 피해자 지인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유포한다.

돈을 지불하면 안전할까? 한번 돈을 사기범에게 부치면,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오히려 더 큰 금액을 요구한다.

사실 사기범과 같은 범죄자가 약속을 지키리라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다고 할 수 있다. 실례로 수천만원을 부쳤는데도 음란동영상을 뿌린 경우도 있다.

몸캠피싱을 당하면 돈을 안 부쳐도 음란동영상을 유포되고, 돈을 부쳐도 유포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동영상이 유포된 피해자는 이혼을 당하거나 직장을 잃기도 한다. 심지어 자살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심각한 범죄이다.

흔히 몸캠피싱은 철없는 청소년이 성적 호기심으로 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피해자는 노소(老少)를 가리지 않는다.

심지어 스마트폰 해킹 없이 몸캠피싱을 당하기도 한다. 페이스북-스카이프를 통한 몸캠피싱인데 피해자는 주로 영어에 능숙하고, 고학력 엘리트인 경우가 많다.

이렇듯 남자라면 누구나 쉽게 걸려들 수 있는 범죄가 바로 몸캠피싱이다. 정말 큰 문제는 음란동영상이 한번 유포된 경우 이것을 주워 담을 수 없거니와, 피해자에게 영원히 지울 수 없는 디지털 주홍글씨가 새겨진다.

스카이프 협박 사기가 매년 급증하고, 수많은 선량한 남자들이 이 비열한 사기극에 넘어가는 이유가 과연 무엇인가?

남자라는 동물이 유독 어리석다고 말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스카이프 협박 사기 범죄를 재구성해보면 그 구조와 스토리가 기가 막힐 정도로 탄탄하다.

우선 스토리는 전통적인 ‘꽃뱀’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여성은 등장하지도 않고 녹화된 포르노로 남성을 유혹하는 것이다.

그리고 악성코드(apk 파일)를 통해 피해자 스마트폰을 해킹해 주소록을 갈취한다. 즉 전통적인 ‘꽃뱀’ 스토리에 최신의 해킹 기술을 접목한 것이다.

몸캠피싱이란 범죄를 최초로 설계한 사람은 사기기법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고 말할 수 있다. 한마디로 창조적인 발상에서 나온 신종 사이버범죄이다.

이후 이 기법을 사용하는 사기범들은 중국, 필리핀, 한국 등에서 활약하며 최소의 비용으로 엄청난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다. 범죄자에게 몸캠피싱은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없다.

동남권 신공항이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정됐다.

김해 신공항은 정치적인 결정으로 하지 않았을까 우려했었지만 창조성이 눈에 띈다.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은 가장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김해 신공항 확장 카드를 내놓고 정부는 그것을 선택한 것이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표현대로 “콜럼버스처럼 달걀을 깨트려 세우는 발상”이었다.

김해 신공항과 스카이프 협박 사기를 관통하는 핵심어는 ‘창의성’이다. 김해 신공항의 ‘창의성’은 대한민국 번영을 약속하는 반면, 스카이프 협박 사기의 ‘창의성’은 대한민국 남성들의 영혼을 말살하고 있다. ‘창의성’도 주인에 따라 그 결과가 현저하게 다르게 나타난다.

그나저나 남성들이나 신공항 투기꾼들이나 이것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한승범 맥신코리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