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년 연속 10조원대 추경 편성… '관건은 타이밍'
정부 2년 연속 10조원대 추경 편성… '관건은 타이밍'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6.06.28 16: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황 속 세금 잘 걷힌 덕에 8년 만에 '빚 안내는 추경'
정부 "성장률 0.2∼0.3%p 올라갈 것"… 실효성 문제는 여전
▲ 28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관계장관들이 2016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국채 발행 없이 세수 잉여금만으로 10조원 수준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부가 추경을 편성한 것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이다. 특히 10조원 이상 규모로 2년 연이어 추경이 편성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이 그만큼 급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이번 추경 편성으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0.2~0.3%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28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10조원 수준의 추경을 편성하되 국채 발행없이 초과 세수만으로 재원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금과 공공기관투자까지 합치면 20조원대의 재정보강을 추진한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는 출범 4년 동안 단한번도 거르지 않고 추경 혹은 재정보강을 한 셈이 됐다.

지난해에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란 예상치 못한 변수가 돌출하자 정부는 11조6000억원 규모의 추경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올해도 정부가 결국 추경을 편성한 데는 세계경기 침체로 인한 수출 부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라는 돌발변수까지 겹친 영향이 컸다.

여기에 올해 경제성장률이 3%는커녕 2%대 중반도 넘기 힘들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어, 긴급처방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일자리 확충 효과가 큰 사업을 중심으로 예산을 편성할 것"이라며 "특히 구조조정 진행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실업 및 지역경제 위축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분야 및 재원 배분은 향후 추경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결정할 계획이다.

올해 편성되는 추경이 예년과 다른 점은 빚(국채 발행)을 끌어들이는 식으로 재원을 마련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정부가 국채 발행 없이 추경을 편성하는 것은 2008년 이후 8년 만이다.

그간 정부는 추경 재원 마련 방법으로 주로 국채를 발행하는 방법을 써오면서 단기 부양을 위해 재정 여건을 악화시킨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이번엔 지난해 세금을 거둬들여 쓰고 남은 돈인 세계 잉여금과 올해 예상되는 초과 세수로 추경을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정부의 방침은 올해 들어 유난히 세금이 잘 걷힌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세수입 실적은 96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조1000억원이나 더 걷혔다.

올해 걷어야 할 세금 대비 이미 걷은 세금의 비율인 세수진도율도 43.5%로 지난해(36.5%)보다 7.0%나 개선됐다.

여기에 정부는 지난해 4년 만에 세수 결손에서 탈출하며 2조8000억원의 세계잉여금 흑자를 냈다.

이중에서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 국채 상환 등에 쓰고 남은 돈인 1조2000억원을 추경 재원으로 쓴다는 방침이다.

기재부는 "상반기 진도율 상으로 보면 10조 이상의 여유 세수가 있어 보인다"라며 "무리한 예상으로 세수 결손이 나는 사태는 당연히 없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20조원+α' 규모의 재정보강을 통해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을 0.25∼0.3%포인트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정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당초 3.1%에서 2.8%로 0.3%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여야 모두 추경에 대체로 긍정적인 모습이어서 국회 통과 자체는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문제는 '속도'와 '타이밍'이다. 국회 통과가 늦어지면 사실상 내년도 예산 편성과 차별화되지 않는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추경 효과가 한시라도 빨리 국민 여러분께 전달될 수 있도록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국회에 제출토록 하겠다"면서 "급박한 경제 상황을 고려, 국회에서 일자리와 민생이라는 추경 목적을 충실히 살려 조속히 처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정부가 내수 경기를 진작하기 위해 추경 규모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의 발표에 앞서 현대경제연구원은 브렉시트로 인한 불확실성 차단과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필요한 추경 규모는 최소 11조5000억원에서 최대 26조6000억원이 돼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 하반기 경기가 전년 동기 대비 3% 내외의 경제성장률을 나타내기 위해 11조5000억원이, 정부가 상반기 앞당겨 지출한 재정 지출을 감안해 하반기에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집행 규모를 고려한다면 26조6000억원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한다면 정부가 이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목표치로 제시한 성장률 2.8%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브렉시트 현실화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한 탓에 향후 대외 변수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와 관련 정부가 좀 더 상황을 지켜 본 다음 추경 규모를 결정할 필요가 있었다는 지적에 대해 기재부는 "추경 역시 본예산 편성과 똑 같은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지금 편성하지 않으면 시간이 없다"며 "이번 추경은 위기가 현실화할 경우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정책을 내놓은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