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박쥐 배설물서 ‘메르스’ 유사 바이러스 검출
국내 박쥐 배설물서 ‘메르스’ 유사 바이러스 검출
  • 문경림 기자
  • 승인 2016.06.20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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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개 박쥐 배설물 채취해 분석… 사스·메르스·코로나 바이러스 등과 유사

▲ 연구팀이 박쥐의 배설물을 채취하는 모습. (사진=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국내 서식 중인 박쥐의 배설물에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와 유사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러스감염제어연구센터는 20일 김혜권·정대균 박사, 고려대 약학대학 송대섭 교수, 한국동굴생물연구소 공동 연구팀의 분석결과 박쥐의 배설물에서 소화기 또는 호흡기질환을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와 로타바이러스 등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국내 11개 박쥐 서식지에서 49개의 박쥐 배설물을 채취해 분석했다.

먼저 유전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발견된 바이러스는 사스(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와 각각 89%, 77%의 유사성을 갖는 것으로 확인됐다.

계통분류학적으로 분석한 결과로는 사스, 메르스와 같은 그룹의 바이러스로 분류할 수 있었다.

특히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영유아뿐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설사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그룹 H 로타바이러스’와 같은 그룹에 속하는 바이러스도 세계 최초로 검출했다.

박쥐에서 검출된 바이러스가 사람 또는 가축으로 종간 전파가 가능한지에 대해 연구팀은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동물의 모든 바이러스가 사람에 감염되는 게 아니고,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야외 환경에서 쉽게 불활성화 되기에 박쥐의 배설물 내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생명공학연구원 김혜권 박사는 “국내 박쥐에서 검출된 사스, 메르스 유사 코로나바이러스는 아미노산 서열 분석 결과 사람에게 감염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다만 유전적으로 유사한 만큼 해당 그룹의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바이러스감염제어연구센터 정대균 센터장은 “국내 서식하는 박쥐는 주로 곤충을 잡아먹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므로, 흡혈활동에 대한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면서 “하지만 신변종 감염병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위해서는 주변 환경에 존재하는 자연숙주와 매개동물의 바이러스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함으로써 예방백신과 진단기법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연구결과는 수의학 분야 국제 학술지(Transboundary and Emerging Diseases) 온라인판(5월호)에 발표됐다.

[신아일보] 문경림 기자 rg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