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헌논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사설] 개헌논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 신아일보
  • 승인 2016.06.1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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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미래 생각하는 신중한 접근 필요
공론의 장 만들어 국민적 공감대부터

20대 국회 초반부터 개헌논의에 불이 붙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13일 20대 국회 개원사에서 개헌론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정 의장은 “내년이면 소위 87년 체제의 산물인 현행 헌법이 제정된 지 30년이 된다”면서 “개헌은 누군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개헌은 결코 가볍게 꺼낼 사안은 아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외면하고 있을 문제도 아니다”며 “개헌의 기준과 주체는 권력이 아니라 국민이며, 목표는 국민통합과 더 큰 대한민국”이라고 강조했다.

국회에서 개헌론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의화·강창희·김형오 등 역대 국회의장들도 개헌론을 제기했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도 2014년 10월 중국 상하이에서 ‘오스트리아식 이원정부제’를 발언한 적도 있었다.

특히 2015년 2월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2월 임시국회에서 개헌특위를 구성해 개헌안을 만든 뒤 내년 4월 총선과 함께 국민투표로 개헌을 매듭짓자”고 구체적 시기와 방법까지 제안한 바 있다.

친박계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이 2015년 11월 “외치를 하는 대통령과 내치를 하는 총리를 두는 것이 현재 5년 단임 대통령제보다 훨씬 더 정책의 일관성도 있고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다”며 개헌을 주장했다. ‘반기문 대통령, 친박 총리 시나리오’의 가능성까지 언급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개헌론이 이처럼 정치권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현행 헌법이 사회적 변화와 시대정신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다.

다시 말해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통해 만들어진 현행 헌법, 이른바 ‘87년 체제’는 5년 단임의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승자독식의 현행 대통령제로 말미암아 국회는 행정부를 견제하는 입법부가 아니라 ‘대통령 만들기’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국회가 생산적인 입법 활동은 외면하고 정치공세를 일삼는 정쟁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따라서 30년이나 된 ‘87년 체제’를 새 시대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인명진 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이 13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등 6개 사회단체 연합체인 국가전략포럼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개헌, 우리 시대의 과제’라는 주제의 특강에서 “5년 대통령 단임제를 30년간 시행하며 6명의 대통령을 겪었지만 성공했다고 평가할 만한 대통령이 없다”며 이는 사람의 문제가 아닌 제도의 문제라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에서 당선되고 나면 다음날부터 민심은 살피지 않고 자신의 치적 쌓기에 몰두한 나머지 국정을 파행으로 몰아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개헌의 시대적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나라 안팎의 경제 상황이 어려운데 섣부른 개헌 논의가 자칫 정치사회균열을 심화시켜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개헌은 국가 체제와 국정운영의 기본적인 틀을 확 바꾸는 일이다. 따라서 기분 내키는 대로 시작할 일이 아니다.

장기적 비전을 갖고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특정 세력과 정파의 당리당략이나 정치적 이해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대선에 불리하다고 해서 정치공학적으로 개헌 문제를 이용하는 세력이 엄존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다. 개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상황에서 개헌론만 무성하면 오히려 국익을 해친다.

국회가 주도해 공청회 등 공론의 장을 만들어 국민적 공감대부터 형성해야 할 것이다. 대권주자들이 개헌 문제를 제기하고 공론의 장을 만들거나 아예 집권 공약으로 내거는 것도 방법이다. 개헌 논의의 골든타임은 정기국회가 끝나는 올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