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규 칼럼] 홍석현과 제3후보론
[조한규 칼럼] 홍석현과 제3후보론
  • 신아일보
  • 승인 2016.06.0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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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규 무죄네트워크 공동대표·전 세계일보 사장

 
4.13총선이후 정치권과 언론의 시선이 차기 대권에 쏠려 있다. 총선 민심이 기존 대권구도를 바꾸었기 때문이다. 2017년 제19대 대통령선거의 구도는 어떻게 될까.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간의 3자대결구도일까. 아니면 새누리당과 야당연합과의 양자대결구도일까. 제3후보가 등장할까. 제3후보가 등장한다면 누구일까. 만나는 사람들마다 필자에게 묻는 질문이다.

1987년 민주화이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주기적으로 제3후보가 등장했다. 1987년 제13대 대선은 노태우김영삼김대중김종필의 4자대결구도였다.

총 유효 투표 중 가장 많은 표를 획득한 후보가 당선되는 단순다수제 선출방식과 대구경북부산경남호남충청의 지역주의가 결합해 만들어낸 결과다. 13대 대선의 4자대결구도는 ‘87년 체제’의 산물로 일종의 ‘제3후보현상’이다. 

1992년 제14대 대선은 정주영이 제3후보로 등장해 김영삼김대중정주영의 3자대결구도로 치러졌다. 1990년 2월 9일 민주정의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이 ‘3당합당’을 통해 ‘영남+충청 지역연합’을 결성, 김영삼을 대선후보로 내세우자 정주영은 통일국민당을 창당했다.

정주영은 대구경북 중심의 민정계 세력이 김영삼을 지지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 3자대결구도를 만들면 승산이 있다고 보고 출마한 것이다. 그러나 제3후보 정주영은 16.31%의 득표율로 낙선했다. 

1997년 제15대 대선은 이회창김대중이인제의 3자대결구도였다. 이인제가 제3후보로 등장한 것이다. 집권여당 신한국당 분열의 결과다. 신한국당 경선과정에서 민주계와 민정계가 대립, 상호반목하면서 민정계가 지원한 이회창이 후보로 선출되자 2위였던 민주계 이인제는 탈당해 국민신당을 창당했다.

이회창이 아들들의 병역면제의혹으로 당선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인제는 민주계의 지역기반인 부산경남과 자신의 지역기반인 충청이 결합하게 되면 승산이 있다고 봤다. 그러나 이인제는 19.2%의 득표율을 얻어 낙선했다.

2002년 제16대 대선은 정몽준이 제3후보로 등장했으나 최종적으로는 노무현이회창 양자대결구였다. 노무현과 정몽준이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단일화를 이뤘기 때문이다.

노무현은 민주당 경선에서 ‘노풍(盧風:노무현바람)’을 일으켰지만, 6월 지방선거 참패 등 악재로 지지율이 하락했다. 게다가 ‘월드컵 4강신화’의 후광효과로 ‘정풍(鄭風:정몽준바람)’이 거세게 불자 정몽준은 국민통합21을 창당했다. 정몽준은 후보단일화 직전까지는 의미 있는 제3후보였다.

2007년 제17대 대선은 문국현이 제3후보로 등장한 이명박정동영이회창문국현의 4자대결구도였다. 문국현은 시민단체, 젊은 네티즌, 무당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판단, 창조한국당을 창당했다.

정동영의 지지율이 높지 않은 것도 작용했다. 그러나 문국현은 5.8%의 득표율을 얻은 4위로 낙선했다. 당시 정동영은 문국현과 후보단일화를 추진했으나 성사시키지 못했다.       

2012년 제18대 대선은 안철수가 제3후보로 등장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박근혜문재인 양자대결구도였다. 문재인과 안철수 간의 후보단일화가 안철수의 자진사퇴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제18대 대선에서 제3후보 등장은 ‘안철수 현상’으로 나타났다. ‘안철수 현상’은 2011년 10월 26일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전후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안철수는 여론조사의 압도적인 우위에도 불구하고 2011년 9월 6일 서울시장 후보직을 박원순에게 양보했다.

그 결과 안철수는 박근혜와의 1:1 가상대결에서 43.2%포인트를 얻어 40.6%포인트를 얻은 박근혜를 앞질렀다. ‘안철수 현상’이 제3후보 안철수를 만든 셈이다. 2016년 6월 ‘안철수 현상’은 현재진행형이다.

이상과 같이 역대 대선에서 제3후보는 등장했다. 제3후보는 집권세력의 내부 분열로 등장하는가 하면, 유력 정당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한 경우에도 등장했다. 전자는 정주영·이인제의 케이스이고, 후자는 정몽준·문국현안철수의 케이스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제3후보들이 모두 낙선했거나 단일화에서 탈락했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된 사람이 아무도 없다. 원인은 무엇인가. 그 답은 세 가지다.

첫째, 제3후보들은 확실한 지역기반을 갖고 있지 않았다. 정몽준이인제정몽준문국현안철수 등은 영남호남충청 3곳 중에서 확실한 지역기반을 갖지 못했다.

한국 대선에서 가장 큰 변수는 지역요인이다. 그래서 지역이 없는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희박하다. 후보 자신이 지역기반을 갖고 있지 않으면 최소한 지역정당이라도 선택해야 한다.

둘째, 제3후보들은 대선을 앞두고 신당을 창당해 후보로 나섰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했다. 정주영은 통일국민당, 이인제는 국민신당, 정몽준은 국민통합21, 문국현은 창조한국당을 각각 창당했다.

안철수는 신당 대신 진심캠프만 차렸다. 신당으로 총선을 치를 수 있으나 대선을 치르기는 벅차다. 표를 모을 수 있는 ‘세’(勢)가 약하다. 따라서 제3후보는 제1당, 제2당에 입당해 당내경선을 통과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 

셋째, 정주영(11개월 전 창당)을 제외한 제3후보들은 12월 선거일로부터 6개월 이전에 대선출마를 선언해 충분한 대선준비를 하지 못했다. ‘바람’과 무당층에 의존했다.

대선에선 ‘바람’과 무당층에 의존할 경우 성공하지 못한다. 적어도 1년 이전에 출마를 선언하고 준비를 해야 한다. 대선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은 민심을 가볍게 여기는 것과 같다.         

2017년 대선에서도 제3후보의 등장이 유력하다. 집권여당과 야권이 분열됐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친박계와 비박계 간의 계파싸움으로 4.13총선에서 참패했다. 이대로 가면 내년 대선도 어렵다. 제3후보의 등장이 필연적이다.

야당의 경우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연합하지 않거나,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지지율이 새누리당 후보를 앞서지 못하면, 제3후보의 등장이 현실화될 수 있다. 손학규 전 고문의 영입설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16년 6월 중순 현재 시점에서 제3후보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다. 그의 최근 한국 방문 기간 동안 ‘반기문 대망론’이 위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충청연합’의 지역기반을 구축하려는 점, 새누리당 친박계가 그의 입당을 추진하고 있는 점, 12월 임기가 끝나면 곧바로 대선출마를 선언해 대권도전에 나설 것이라는 점 등이 ‘반기문 대망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반 총장의 대권도전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그의 지지도가 기대만큼 그리 높지 않다. 사실 반 총장은 최근 방한행보로 인심을 잃었다. 언론인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 않다.

‘반기문 대망론’이 시들해질 경우, 정치권의 시선은 홍석현 중앙일보 JTBC 회장에게로 쏠릴 수 있다.

최근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사석에서 “홍 회장이 새누리당 후보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의 ‘새한국의 비전’을 중심으로 ‘제3지대 정치세력화’를 추진하고 있는 한 인사는 “그동안 우리는 홍 회장을 생각하지 못했다. 이제 홍 회장을 포함시켜 새로운 정치 플랫폼을 만드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비박계의 한 인사는 “홍 회장이 비박계와도 친하다. 강재섭 전 대표의 ‘동행’ 멤버들이 홍 회장의 영입을 추진할 수도 있다”고 했다.

야권에서도 홍 회장의 이야기 나온다. 더민주 소속의 한 의원은 “우리가 홍 회장을 주미대사로 만들었고 유엔 사무총장을 시키려고 했지 않느냐. 홍 회장이 대권에 생각이 있다면 우리에게로 와야 한다”고 했다. 

홍 회장은 역대 제3후보가 실패한 사실을 잘 알고 있을 터. 전철을 밟으면 필패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그는 계산하고 또 계산하고 있고,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새누리’냐, ‘더민주’냐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홍 회장이 반드시 새누리당으로 간다는 보장은 없다. 4.13총선이후 민심이 새누리당을 떠났고, 반 총장이 새누리당 후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민주로 가는 것도 쉽지 않다. ‘문재인’이라는 확실한 대권주자와 친노친문세력이 강고하게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과 제3지대 신당은 세력이 약하다. 그렇다고 신당을 창당할 수도 없는 처지다. 독자신당을 창당하기에도 위험 부담이 많다. ‘정주영의 실험’, ‘문국현의 도전’을 되풀이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홍 회장은 서울 토박이어서 지역기반이 약하다. 태생적으로 영남호남충청의 지역기반과 무관하다. 지역기반이 없는 언론사 사주의 대권도전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알고 있을 것이다. 또한 대선을 치르려면 적어도 1년 반 이상을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도 부담이다.

올해 추석(9월15일) 전 대권출마를 선언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홍 회장의 딜레마가 있다. 

홍 회장은 그래서 정치권의 변화를 기다리고 있다.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전당대회가 전기가 될 수 있다. 새누리당의 당 대표로 누가 되느냐에 따라 여권의 대선구도가 바뀔 수 있다.

더민주도 마찬가지다. 더민주의 새로운 리더십에 따라 야권의 대선판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따라서 홍 회장은 8월말 이후 정치지형의 변화를 보고 나서 결심할 것으로 보인다. 제3후보가 아닌 제1, 제2의 후보가 될 수 있는 길을 찾아 나설 것이다.

 
옛글에 ‘무시자 상시야(無時者 常時也)’란 말이 있다. ‘때가 없다는 것은 항상 때가 있다’는 뜻이다. 변화, 즉 역(易)은 항상 있다. 따라서 항상 변화를 볼 수 있어야 한다.

2017년 대선은 2016년 총선의 연장이다. 민심의 흐름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홍 회장은 지금 변화를 바로 봐야 한다.  

/조한규 무죄네트워크 공동대표·전 세계일보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