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조형물 훼손한 대학생 등 3명 입건
‘일베’ 조형물 훼손한 대학생 등 3명 입건
  • 이준철 기자
  • 승인 2016.06.0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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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발적 아니라 계획된 행동… 법적 책임질 것”

▲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홍익대학교 정문 앞에 설치된 ‘일베’ 상징 조형물이 훼손된 가운데 경찰이 이를 훼손한 혐의로 대학생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조형물을 훼손한 혐의(재물손괴)로 김모(20)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공익근무요원인 김씨는 이날 새벽 2시 20분쯤, 홍익대 학생인 다른 2명은 전날 오후 10시쯤 조형물을 부순 혐의를 받고 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김씨가 쓴 것으로 보이는 ‘홍대 일베석상 파괴 전말’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그는 자신이 조형물을 파괴했다면서 “우발적이 아니라 계획된 행동이다. 작가나 학교 측이 법적인 책임을 묻는다면 떳떳하게 책임지겠다”고 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홍대 정문에는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를 상징하는 손가락 모양의 대형 조형물이 전시됐다.

이 작품은 이 대학 조소과 4학년 홍기하씨가 학과 조각전에 출품하려고 과제로 제작한 ‘어디에나 있고, 아무 데도 없다’라는 작품으로 이달 20일까지 전시될 예정이었다.

이 작품을 두고 작가가 일베를 옹호하는 게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일었다.

조형물에는 철거를 요구하는 쪽지가 붙었고 계란이 던져지기도 했다.

홍씨는 31일 “작품은 내가 일베를 옹호하느냐, 비판하느냐를 단정짓는 이분법적인 의도를 담고 있지 않다”며 “사회에 만연하게 존재하지만 실체가 없는 일베라는 것을 실제로 보여줌으로써 이에 대한 논란과 논쟁을 벌이는 것이 작품 의도”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트위터에서 “일베보다 더 무서운 게 이런 짓 하는 놈들”이라면서 조형물을 훼손한 사람들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진 교수는 “어떤 대의를 위해서 남의 표현의 자유를 폭력적으로 짓밟아도 된다고 믿는 자들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적”이라고 덧붙였다.

[신아일보] 서울/이준철 기자 jc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