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보호하려 한 고릴라 사살… 논란 일파만파
아이 보호하려 한 고릴라 사살… 논란 일파만파
  • 신혜영 기자
  • 승인 2016.05.3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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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청원운동 벌어져 8천명 서명… 부모가 죗값 치러야 주장도

▲ CNN이 동물원 고릴라 우리에 빠진 아이를 구하려 고릴라를 사살한 사건을 보도하는 장면. (사진= CNN 방송 캡처)
미국서 동물원 우리에 떨어진 아이를 구하려고 멸종위기종인 고릴라를 사살한 사건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CNN방송과 NBC 뉴스 등은 29일(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주(州) 신시내티 동물원에서 살던 17살 된 롤런드 고릴라 하람베가 실탄을 맞고 죽은 것을 두고 설전이 오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언론에 따르면 28일 오후 신시내티 동물원을 찾은 4살 남자아이가 고릴라를 구경하던 중 우리에 떨어졌다. 그러자 동물원 관계자는 하람베를 실탄으로 쏴 사살했다.

이를 두고 고릴라가 아이를 해칠 의도가 없다며 사살은 과잉 대응이었다는 주장과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부모에게 책임이 있다며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인 메이너드 신시내티 동물원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을 통해 “‘급박한 위험’에 처한 아이의 안전을 고려해 하람베를 사살할 수밖에 없었다”며 “마취총을 쏘기엔 시간이 부족했고, 쐈어도 고릴라를 동요시켜 상황이 악화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물원이 이 같은 해명을 내놨지만 여전히 과잉 대응이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인터넷에서는 28일부터 ‘하람베를 위한 정의’라는 제목의 온라인 청원운동이 벌어져 하루도 안 돼 8000명이 서명했다. 29일에는 신시내티 동물원 앞에서 보이콧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인간의 무지와 부주의로 아름다운 동물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자기 아이도 간수 못 한 부모의 아이를 보호하려고 하람베를 죽였다”는 내용의 비난이 글로 쇄도했다.

특히 비난의 글 중에는 아이가 위험에 처할 때까지 돌보지 않은 부모가 멸종 고릴라 사살에 대한 죗값을 치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 신시내티 동물원 고릴라 우리에 빠진 어린아이. (사진=뉴욕 데일리뉴스 캡처)
게다가 하람베가 떨어진 아이를 조심스럽게 다루는 장면이 찍힌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당시 동물원 관람객이 찍은 동영상을 보면 하람베는 우리 해자에 떨어진 아이의 바지 뒤를 잡아당겨 해자 가장자리로 던진다. 고릴라는 이후 해자 가장자리로 가 아이를 자신의 몸으로 보호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또 아이의 발을 잡고 연못 밖으로 끌어내는 장면도 영상에 담겨 있었다.

동영상에는 관객들이 함성을 지르는 소리와 “엄마 여기 있어”라고 말하는 아이 엄마의 목소리가 함께 녹음됐다.

동물 애호단체인 ‘동물의 윤리적 처우를 지지하는 사람들(PETA)’는 트위터를 통해 “이번 사건은 고릴라들도 작은 생명체를 보호하고, 인간처럼 위험에 빠진 아이를 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감금으로 인해 또다시 동물이 죽었다. 울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한편 롤런드 고릴라는 멸종위기종으로 전 세계에 약 300~400마리만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신아일보] 신혜영 기자 hyshi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