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영란 법, 국태민안의 법이 되길 바란다
[칼럼] 김영란 법, 국태민안의 법이 되길 바란다
  • 신아일보
  • 승인 2016.05.24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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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군 부국장

 
김영란 법이 장장 4년여 동안의 진통 끝에 오는 9월28일부터 시행된다.

‘공직자들의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한다는 목적’으로 2012년에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제안한 이 법안의 정식 명칭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2013년 8월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됐고 2015년 3월 3일 국회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지난 4년간 정부 관계자는 물론 국회와 소상공인, 한우농가까지 끼어들어 논란을 벌인 끝에 이 법안은 당초의 목적이 크게 훼손된 누더기 법안으로 변질됐다.

김영란 법을 누더기법안으로 만든 가장 큰 기관은 19대 국회다. 국회통과 과정에서 장애물이 다수 설치됐기 때문이다.

김영란 법은 부정청탁을 15개 유형별로 규정하고 7가지 예외 사유를 두고 있는데, 예외 사유 가운데 ‘선출직 공직자·정당·시민단체 등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거나 법령·기준의 제정·개정·폐지 또는 정책·사업·제도 및 그 운영 등의 개선에 관해 제안·건의하는 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한마디로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등 선출직공직자는 사실상 ‘예외 사유’로 이 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것이다.

물론 직무연관성이 없이도 국회의원은 1회 100만원, 연간 누적 300만원을 초과해서 돈을 받으면 형사 처벌된다.

국회의원들이 행정직 공직자들에 비하면 부정부패로 형사 처벌되는 비율이 결코 ‘작다’고 볼 수 없음으로 이는 다분히 의법과정에서 스스로 면죄부를 마련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또 사실이 그와 같다면 이는 국민을 배신한 후안무취한 행위로 보여진다.

아울러 입법 과정에서는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 등이 포함된 것도 전형적인 ‘물 타기’란 비판이 일고 있다.

당초의 정부안만 해도 신문기자나 유치원 교사와 그들의 배우자까지 김영란 법의 적용대상은 아니었다. 일부에서는 이를 ‘물귀신 작전’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 법의 적용대상은 수백만 명으로 늘어났고 이에 따라 권익위원회의 업무가 마비돼 이 법이 사문화 될지도 모른다니 황당한 생각을 금할 수 없다.

사실 부정부패란 공직자들에게 문제가 된다. 일반인이 자기의 의지에 따라 남에게 돈을 주는 행위는 전혀 문제가 될 수가 없다.

그러나 공직자는 어떠한 이유로도 봉급이외에 남에게 금전을 받는 것은 중대한 범죄가 된다. 업무특성상 이권이 개입할 가능성아 크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싱가포르의 부패방지법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본다. 싱가포르의 부패방지법은 모호하지 않고 간단명료하다.

△뇌물을 받거나 제공한 경우 한화 9000만원의 벌금과 5년 이하의 징역, △뇌물을 받지 않았더라도 받을 의도를 드러내면 범죄 성립, △공직자는 자신의 재산과 배우자의 재산공개 의무화, △설명할 수 없는 재산축척은 몰수, △내부 고발자 철저히 보호 등으로 공직자들이 부정부패에 연루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고 한다.

이에 비하면 김영란 법은 앞서 말한 대로 남루한 누더기 더미라는 지탄을 면할 수 없는데, 시행령에서는 한술 더 떠서 밥은 얼마짜리 이상을 먹어서는 안 되고 선물과 경조사비는 5만원과 10만원을 넘지 말라는 등 ‘배보다 배꼽만 커지는 꼴’이라 실망을 금할 수 없다.

그러나 어찌됐건 우리나라에서도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오는 9월 28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는 것은 역사적인 사건으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처음에는 미약하고 문제점이 있지만 ‘국태민안의 바탕’이 되는 좋은 법으로 이제부터 크게 발전될 기회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김용군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