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시 청문회, 협치의 시금석이다
[사설] 상시 청문회, 협치의 시금석이다
  • 신아일보
  • 승인 2016.05.24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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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의 발목 잡는 도구로 전락 않도록
거부권 행사보단 보완책 마련하는게 답

정부와 새누리당이 지난 23일 상시 청문회 개최를 골자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위헌 여부에 대한 법리 검토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법리 검토 결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위헌 결론이 날 경우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법제처는 개정안이 삼권분립 침해 등의 위헌 소지가 있는지 등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

헌법 제61조는 국정조사 대상을 ‘특정한 국정사안’으로 명시하고 있다. 당초 국회법은 이를 근거로 청문회 규정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상임위 소관 현안’을 청문회 대상으로 포괄 규정함으로써 헌법과 국정감사 및 조사법에서 정한 위임의 범위를 벗어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이에 상임위 차원의 상시청문회 개최는 국회에 과도한 이중의 권한을 부여하는 것으로 삼권분립에 어긋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 위헌여부를 가리게 된 것이다.

하지만 야권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 20대 국회가 원 구성을 하기도 전에 정쟁에 휩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24일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와 관련,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이제 국회가 행정부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상임위는 여야 간사 합의대로 운영하는데, 이번에 통과된 법도 국회 운영위, 법사위에서 합의된 건데 청와대가 왜 갑자기 거부권을 행사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원래 상시 청문회법은 야당이 제안한 것이 아니다. 2014년 국회의장 직속 국회개혁자문위원회가 국회 개혁 차원에서 제안했다.

대표 발의자는 다름 아닌 새누리당 출신 정의화 국회의장인 것이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7월 이 개정안이 관련 상임위인 운영위 및 법사위를 통과할 때 아무런 문제기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4.13총선으로 여소야대의 분점정부가 발생하자 뒤늦게 ‘행정마비법’·‘제2 국회선진화법’이라며 거부권 행사와 위헌검토에 착수한 것이다.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다. 앞서 새누리당은 야당 시절인 2005년에는 이 보다 더 강한 청문회 활성화법을 발의한 바도 있다.

분점정부 하에서 정부 여당으로선 상시 청문회가 달가울 리 없다.

무차별적인 증인 채택, 막말과 정치공세 등으로 야당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국정을 마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야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상시 청문회를 정치공세의 장으로 악용할 경우 부작용이 어떨지는 불을 보듯 훤하다.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증폭시킬 우려가 크다. 상시 청문회로 정쟁이 격화될 경우 국민들의 짜증이 더해질 것이다.

하지만 행정부를 견제하고 잘못된 국정운영을 지적하는 것은 국회의 중요한 책무다.

그 동안의 청문회는 행정부에 대한 감시·감독과 견제 기능을 제대로 하지 않아 ‘맹탕 청문회’라는 지적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청문회의 활성화는 긍정적인 측면이 크다. 야당의 주장대로 ‘정책 청문회’를 개최한다면 국민들이 크게 환영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상시 청문회법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바람직하지 않다. 분점정부 상태를 결코 가볍게 여길 사안이 아니다.

만일 박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고 야당은 ‘협치’를 거부한다면 이 나라는 어떻게 되겠는가.

국정감사를 비롯해 내년 예산처리에서 야당이 발목을 잡게 되면, 정부는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한다.

따라서 상시 청문회가 정쟁의 장이나 국정의 발목을 잡는 도구로 전락하지 않도록 보완책을 마련하는게 답이다.

‘상시 청문회’보다 ‘협치’가 중요하다. 여야는 좀 더 지혜를 모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