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돋보기] 조선업계 구조조정 국가적인 재난이다
[세상 돋보기] 조선업계 구조조정 국가적인 재난이다
  • 신아일보
  • 승인 2016.05.22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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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해양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경남 해안 일대가 쑥대밭이 되고 있다.

이미 수만 명의 노동자들이 직장을 잃었으며 앞으로 더 많은 노동자들이 칼바람을 맞을 것으로 보여져 중앙정부차원에서 긴급재정운영 등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사실 정부의 가장 신성한 의무는 국토를 지키는 것이며, 두 번째 업무가 노동자를 지키는 것이다. 그런데 한 지역에서 노동자들이 수만 명이나 칼바람을 맞아야 한다면 이는 국가적인 재난이라고 보아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은 이미 수만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직장을 잃었고 대부분의 중소 조선소들이 문을 닫았으며 소위 세계 1위, 2위, 3위 조선업체들이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같은 재난을 완화시켜야할 정부가 오히려 재난을 더 무겁게 하고 있다고 판단돼 황당하다는 것이다.

물론 암은 빨리 수술을 해야 환자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의 판단은 옳을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구 맘대로 조선업계의 경영난을 암으로 규정했는가?

근로자 개개인에게는 현재 경남일대에서 일고 있는 칼바람은 킬링필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의 가정이 파괴되고 생명을 위협받는 현실에 대해 이를 조기에 치료하기 위해 칼을 대야겠다는 발상은 문학도나 내리는 비유다.

구조조정은 피가 튀는 전투의 현장이다. 불가피하다면 먼저 근로자, 즉 국민의 안녕을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것이 지도자들의 당연한 책무다.

그것도 수백 명도 아니고 수천 명이 한꺼번에 대량으로 구조조정을 당해서 그 숫자가 수만 명에 이를 것인데 이것을 어떻게 국가적인 재난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최근 “지속 가능하지 않은 기업은 빨리 정리해야 시장 불안감을 해소하고 한국경제에 부담도 줄일 수 있다”며 강력한 구조조정을 시사했다.

이를 위해 대형 조선업체에 대해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을 산업은행 등 주채권은행을 동원해서 수행할 것이며 한국은행에서 돈을 찍어 실탄을 마련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구조조정의 방법은 근로자에 대한 해고에 방점이 찍혀있다.

사람이 살아나가는데 있어서 가장 무서운 일은 외국 침략자 등 폭력배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이고 두 번째로 무서운 일은 직장을 잘리는 것이다.

그런데 수만 명의 목을 치라고 지휘하는 사람이 우리나라 최고위 공직자라니 이것이 말이나 되는 소리냐! 그런 뜻이다.

사실 조선업계의 재난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경제정책을 수행했던 정부기관의 무능이 몰고 온 재난이다. 두 번째는 조선업을 운영했던 빅3조선소의 경영진이다.

특히 이 중에는 대우조선해양을 경영했던 산업은행의 잘못이 가장 크다. 빅 3중 지난해에만 5조5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손실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지금까지 열심히 일을 해왔고 수주잔량도 2~3년치가 확보돼 있으니 도대체 어떻게 해서 5조5000억원이라는 영업 손실이 났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대우조선의 채무를 산업은행이 불량채권으로 분류해 폭리의 이자를 부담시키거나 분식회계를 하고 대우조선에 60명의 고문, 자문역, 상담역 등을 비상근 임원으로 위촉하고 이들에게 100억원이 넘는 급여를 지급하는 등 방만한 경영을 해왔다면 5조원대의 손실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최대 책임자인 산업은행이나 조선업 경영자나 정부는 책임에서 빠져 있고’ 근로자들의 목만 치고 있다고 노동조합은 비판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들을 얕보지 말아야 한다. 4.13총선에서도 나타났듯이 정치인이나 언론이나 여론조사기관이나 부자들은 전혀 모르는 가운데 수백만 국민이 한마음이 돼 새누리당 후보들을 모두 떨어뜨렸다. 그것은 정말 귀신도 몰랐던 국민의 선택이었다.

현재 경남일대에서 자행되고 있는 수만 명에 대한 칼바람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박근혜정부는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을 맞을 것이다.  

/이해청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