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 밖 세상] 남원 장애인 학대, 우리 모두가 가해자다
[렌즈 밖 세상] 남원 장애인 학대, 우리 모두가 가해자다
  • 신아일보
  • 승인 2016.05.18 16:57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정섭 전북취재본부 부국장

 
영화 ‘도가니’로 세상에 크게 알려진 광주인화학교 성폭행 사건. 2000년부터 5년 동안 광주 인화학교에서 8명의 교직원·교사가 청각장애 학생들을 성폭행해 크게 논란이 됐다.

또 다른 영화 ‘섬 사라진 사람들’도 2014년 전 국민을 경악케 했던 신안 ‘염전 노예’ 사건의 실화를 다뤘다. 염전주들은 장애인을 비롯한 피해자들에게 5~10년 장기간 노동에도 임금을 주지 않으며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다.

이들 두 사건 모두 장애인 인권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관심을 방증하는 사건이다.

지난 16일 전북 남원에서도 중증장애인을 상습적으로 학대해 온 ‘남원판 도가니’ 사건이 발생했다.

장애인들이 보호받아야 할 장애인시설에서 벌어진 일이며, 장애인들을 보호해야 할 사회복지사들이 저지른 일이라고 한다.

경찰은 이들 사회복지사들이 2011년부터 약 5년 동안 장애인들에 대한 폭행과 학대를 일삼아 온 것으로 보고 있다.

사회복지사들의 파렴치한 행동을 다른 장애인들이 따라할 만큼 상습적으로 폭행이 이뤄졌으며, 72살 원장 이모씨는 이를 방관했다.

경찰 수사선상에 오른 교사 명수만 20여명에 이르며, 이들로부터 폭행을 당한 장애인 23명 중에는 미성년자와 여성도 2명이 포함돼 있다.

수년 넘게 사회복지사들의 폭행이 이뤄졌지만 관련 행정기관과 사회복지기관은 이를 전혀 인지조차 하지 못했다.

장애인 장기거주시설은 1년에 한 차례씩 보건복지부로부터 인권 실태조사를 받는다. 조사원들이 직접 시설에 방문해 장애인들을 1대 1로 면담하고 학대나 인권 침해가 없는지 살피는 것이다.

해당 시설에서도 지난해 10월 인권실태가 벌어졌고, 한 장애인이 학대사실을 조사원에게 털어놨다. 그러나 당시 2차 조사에 나선 사회복지사와 공무원들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감봉 등 간단한 행정처벌에 그쳤다.

이 시설은 전라북도와 남원시로부터 해마다 수억 원 가량의 보조금도 받는다. 하지만 지도점검은 늘 이렇게 형식적으로 이뤄졌던 것이다.

관련 관계자 어느 누구 한 사람이라도 책임감을 갖고 이 시설의 장애인들에게 애정 어린 시선을 가졌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일이다.

이렇다보니 뒤늦게 강력한 행정조치를 취하겠다고 나서는 남원시에 시민들은 ‘뒷북’이라는 비판의 시선을 거두기 어렵다.

장애인들은 우리가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우리 사회 구성원의 일부이다. 하지만 장애인들은 사회에서 늘 약자라는 위치에 서 있다.

이는 있으나 마나한 장애인복지법도 한몫을 하리라고 본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에 따르면 장애인복지법에는 장애인학대의 예방과 방지를 위한 금지행위 및 의무사항을 명시하고 있으나, 위법에 대한 처벌이나 강제성이 없다.

실제로 도가니 사건의 가해자 5명 중 1명은 무죄, 2명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나머지 2명도 6~8개월 징역형에 그치는 처벌만을 받았다. 영화 개봉 당시 나타난 목격자 덕분에 8년 형을 받은 행정실장 김모씨가 유일하게 중형을 선고 받았다.

또 피해자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결국 패소했다.

신안 염전 노예 사건의 가해자인 염전 사업자들은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 관련 재판 20건 중 실형은 6건에 불과했고 개중에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가 선고되기도 했다.

두 사건 모두 사회에 크게 알려진 사건임에도 가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 없이 허무하게 마무리되고 말았다.

비장애인에 대한 범죄보다도 더욱 가혹한 처벌을 내려야 할 장애인에 대한 범죄는 이렇듯 우리 사회에서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학대와 경제적 착취 등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들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고 있다 뿐이지 우리 주변에서 수십 건, 수백 건이 발생하고 있다.

‘도가니 사건’이라고 포털에 검색만 해봐도 부산판, 구미판, 천안판, 제주판 등등 시리즈물을 연상케 할 지경이다.

정부는 더 이상 이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정부차원에서 장애인들의 권리와 인권보장을 위한 지원과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지속적이고 실질적이면서 철저한 시행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송정섭  전북취재본부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