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중지란에 빠진 새누리당의 갈 길
[사설] 자중지란에 빠진 새누리당의 갈 길
  • 신아일보
  • 승인 2016.05.1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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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 재연하고 있으니 답답한 마음
야당과 협치 앞서 계파 간 협치부터

4·13 총선 참패 후 지속된 새누리당 ‘지도부 실종’ 상태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

지난 17일 정진석 원내대표의 비상대책위원장 선출과 혁신위에 전권을 주기 위한 당헌·당규 개정안이 친박(친박근혜)계의 보이콧 속에 무산된 것이다.

이에 따라 ‘정진석 비대위’와 ‘김용태 혁신위’를 통해 당의 쇄신과 재건을 도모하려 했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정 원내대표는 “친박의 자폭 테러”라고 개탄했고, 혁신위원장에 내정된 김용태 의원은 즉각 사퇴를 선언하며 “오늘 새누리당에서 정당 민주주의는 죽었다”고 질타했고, 상임전국위원인 정두언 의원은 “정당이 아니라 패거리 집단”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16일 친박계는 비대위와 혁신위가 ‘강성 비박계’ 일색이라며 당선인 20명이 연판장을 돌리며 인선을 원점 재검토하라고 요구했었다.

이들 비대위원들이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 의원과 가까운 ‘강성 비박계’ 인사라는 게 주된 이유였다.

‘강성 비박계’가 김 전 대표의 ‘부활’과 유 의원의 복귀를 허용하게 되면 당이 비박계 중심의 당이 될 수 있고, 친박 중심의 차기 대권구도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래서 친박계는 일사불란하게 전국위원회·상임전국위에 대거 불참함으로써 의결정족수 미달을 초래, 회의를 무산시켰던 것이다.

그러나 친박계의 이런 계산은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우를 범하는 결과를 낳게 됐다.

당을 혁신하고 민심을 수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기 때문이다.

한 달 만에 벌써 4.13총선 민심을 잊었단 말인가. 총선 전 지긋지긋한 계파싸움에 넌더리를 낸 국민들은 새누리당을 제2당으로 추락시키지 않았던가.

계파의 조그마한 이익을 위해 공당 이미지도 아랑곳하지 않고 구태를 재연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새누리당은 이제 붕당(朋黨)으로 전락했다. 친박 세력의 오만과 맹종이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국민과 당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친박계의 이익과 최종 보스인 박근혜 대통령의 마음만 헤아리는 ‘패거리 정당’으로 변질된 것이다.

오죽했으면 분당 얘기가 나오겠는가. 총선 이후 한동안 낮은 자세를 유지해온 친박계가 목소리를 높이고 힘으로 밀어붙이고 나섬에 따라 친박·비박 간의 쟁투가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싸움의 종착역은 서로 갈라서는 분당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계파싸움으로 날을 지낸다고 해서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니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갈수록 경제사정이 어려워지고 산업구조조정 등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기에도 벅찬 상황이다.

게다가 북한 핵문제와 김정은 체제, 미국 대선의 트럼프 후보당선 가능성 등 외교안보의 악재도 수두룩하다.

그럼에도 이를 앞장서서 해결해야 하는 집권여당이 자중지란에 휩싸여 있으니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그래도 다시 정신을 차리기 바란다. 하루 빨리 정진석 원내대표의 비대위 체제를 복원해야 한다.

민주적 절차에 의해 선출한 합법적 리더십이기 때문이다.

친박계는 뒤에서 총질하질 말고 정 원내대표와 협상을 벌여 비대위와 혁신위를 새로 구성해야 한다.

정 원내대표도 비박 중심의 비대위원 인선안을 철회하고 새로 친박과 비박을 고르게 인선해야 할 것이다. 혁신위도 계파색이 없는 외부 인사를 영입해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새누리당은 야당과의 협치에 앞서 계파간 협치에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이번에 드러난 ‘친박패권주의’는 ‘진보10년’의 막을 내린 ‘친노패권주의’처럼 ‘보수10년’의 막을 내릴 수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