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돋보기] 말로만 그럴듯한 불량식품 추방
[세상 돋보기] 말로만 그럴듯한 불량식품 추방
  • 신아일보
  • 승인 2016.05.1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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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는 불량식품을 4대 악(惡) 중 하나로 꼽고 강력한 근절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고 2013년부터 국무조정실, 식품의약품안전처, 검찰청 등 12개 부처와 17개 지방자지단체가 참여해 범정부 추진단을 구성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들어 불량식품이 과거보다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고 인정할만한 공적은 없고, 우리나라는 여전히 불량식품이 넘쳐나고 있으며 오히려 식품관련 기업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로 국민의 건강이 심각한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과거 같으면 불량식품이 적발되면 기업이 송두리째 망했지만, 요즈음에는 불량식품을 유통시키고도 오히려 별탈이 없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실례로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동서식품이 오염된 부적합 제품을 재사용한 정황을 잡고, 이들이 제조한 시리얼 제품 등의 판매를 잠정 금지시켰다.

크라운제과도 유기농 웨하스가 판매에 부적합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버젓이 시중에 유통시킨 사실이 드러나 소비자들의 지탄을 받았다.

롯데제과는 지난해 세균수를 초과한 초코바를 유통시켜 소비자들로부터 불매운동이 일어난 적이 있고, 해태크라운제과와 롯데제과는 한국양계축산업협동조합이 폐기용 계란으로 만든 원료를 사용하고도 “열처리하므로 제품에는 문제없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대기업이 이런 정도니 중소기업이나 영세기업은 처음부터 말이 되지 않지만, 정부와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로 불량식품의 천국은 계속되고 있다.

얼마전 제주시에서는 불량 유채꿀과 ‘말뼈 환’이 무더기로 적발돼 물의를 일으켰는데, 제주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중소 식품공장들은 원료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으며 위생상태가 엉망인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필자가 40년 전 농림수산부 출입 기자를 할 때 모 차관보와 가깝게 지냈는데, 그가 한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가 청와대에 파견근무 할 때 박정희 대통령이 진짜 꿀을 한 병 사오라고해서 농협에 부탁했더니 농협이 정중히 거절하더란다.

할 수 없이 자기가 경상도 산골로 출장을 가서 지인을 총 동원해서, 금년에 겨우 꿀을 “단 한 병만 땄다”는 어느 할머니를 만나서 꿀을 구했는데 돌아오는 길에 그 할머니는 꿀을 또 팔고 있더란다.

그 차관보의 결론은 우리나라에서는 진짜 꿀은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4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나라에서는 진짜 꿀이나 참기름은 구할 수 없다. 백화점이고 마트고 시장이고 꿀과 참기름은 넘쳐나지만 다 가짜라는 것이다.

이런 판국이고 보니 외식업소들의 불량식품도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최근 기본적인 식품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위생 불량 뷔폐·패스트푸드점 등도 163곳이 적발됐다.

성경에 따르면 예수님은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악한 것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것이 악하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니 먹거리를 가지고 너무 시비를 거는 것이 아니냐 하는 견해가 있을 법도 하다.

그러나 예수님 시대에는 화학물질이 없었다. 썩은 냄새가 나면 안 먹으면 그만이니 불량식품은 자동으로 걸러졌고 예수님 말씀은 진리가 됐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요즘은 각종 화학적 첨가제와 유해색소를 사용하지 않는 식품은 없기 때문에 우리의 식생활이 위기에 몰려있다는 것이다.

공장을 거친 식품은 과자고 빵이고 결코 썩지 않으며, 3~7일이 지난 생선도 부패하지 않아 이것들을 잘못 먹으면 탈이 나거나 몸에 쌓여서 결국에는 생명을 단축하는 지름길이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병원을 끼고 살고 있는데, 이유는 불량식품이 그 주범이라고 보여진다. 불량식품은 국민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불량식품을 4대 악(惡) 중 하나로 규정하고 ‘불량식품 추방 범정부 추진단을 구성한 것은 아주 잘한 일이다.

그러나 그 성과가 ‘경제민주화’처럼 오히려 말과는 역행을 하고 있다고 진단돼 참으로 실망스럽다. 

/이해청 논설주간